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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형제 다툼에서 신동빈 회장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신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에 반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한 것으로 드러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후계자로 세우려고 했고 이를 막기 위해 신 회장이 ‘궁중 쿠데타’를 일으킨 쪽으로 형제 다툼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이 31일 KBS를 통해 공개됐다. 이 파일에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보고받는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츠쿠다(츠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이사)가 지금 무슨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묻자 신 전 부회장은 "그만두지 않았다. 츠쿠다가 못 그만두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 대목에서 격한 감정을 보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은)그만둬야 하니까 강제로 그만두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또 "신동빈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말했고 신 전 부회장이 "안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이 아버지를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했다"고 보고하자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거냐"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오른 것은 신 회장이 밝힌 대로 아버지의 뜻이 아니고 아버지의 뜻과 달리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머물고 있는데 오는 3일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한국에 돌아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려고 했던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으로 쿠데타가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 육성 공개와 관련해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임직원과 차단된 채 만들어진 육성녹음이라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그룹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하지만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