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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맨 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맨 오른쪽)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경쟁에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면세법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승리의 월계관을 썼다.
국내 면세점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시장 지각변동 예고, '파이' 자체가 커져야 성공
HDC신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을 놓고 금융투자업계는 13일 긍정적 전망을 일제히 내놓았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날 “HDC신라면세점의 기업가치는 2조1천억 원을 상회할 것”이라며 “지분 50%를 보유한 현대산업개발에 최소 1조 원 이상의 가치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호 유안타증권연구원은 호텔신라를 놓고 “화룡점정, 용이 돼 승천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 면세점 추가로 올해 매출 4425억 원에서 내년 7252억 원, 2017년 8179억 원으로 고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면세사업의 주체인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도 13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경우 2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발표 전부터 주가가 폭등해 사전유출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10일 대기업군 서울 시내면세사업자로 HDC신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을 선정했다.
경쟁이 워낙 뜨거웠던 만큼 승자가 된 것만으로도 샴페인을 터뜨릴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규 면세사업자의 성장성에 대해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들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세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사업자 진입에 따른 경쟁심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면세점시장이 연간 15%, 시내면세점시장이 22%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HDC신라면세점, 용산 상권 활성화·합작법인 순항해야
면세점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대만큼 수익성을 내려면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걸음을 분주히 옮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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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훈(오른쪽), 한인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가 지난 9일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기업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호텔신라는 대한항공과 함께 13일 오후 인천공항 1층 A입국장에서 중국지역 취항도시의 여행사 대표, 언론인 등을 한국에 초청하는 팸투어 행사를 열었다.
이 사장이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 현지 여행사 대표에게 한국여행 장려를 부탁한 데 이어 내놓은 후속 조치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용산상권의 활성화가 관건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사업의 특성상 주변의 관광과 연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전자상가 등을 중심으로 용산일대를 IT·관광의 메카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번 HDC신라면세점이 선정되면서 독과점 논란이라는 꼬리표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기준 롯데쇼핑 60.5%에 이어 26.5%로 서울 시내 시장점유율 2위의 지배사업자다.
이번에 HDC신라면세점까지 확보하면서 독과점 우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기존면세점 가운데 4곳인 워커힐 면세점(11월 16일), 롯데 소공점(12월 22일), 롯데월드점(12월 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 15)의 특허가 올해 안에 만료된다.
관세청은 9월25일까지 특허신청을 받아 11월 한꺼번에 4곳의 특허사업자를 선정하려고 한다. 면세사업이 특허사업이면서도 특혜사업이란 인식도 적지 않아 심사 때마다 독과점 이슈는 얼마든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연합으로 탄생했다. 면세사업 경쟁에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실상 급조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 25%, 현대아이파크몰 25%, 호텔신라 50%의 지분구조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공사비 2500억 원을 포함해 초기 투자비용이 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사업구조다. 또 운영과정에서 재고를 안아야 하는 점에서도 비용부담이 적지 않다.
이번 합작법인은 범삼성가문과 범현대가문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HDC신라면세점이 삼성과 현대의 이질적 기업문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갤러리아면세점, 면세점사업의 경험부족 극복할까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설 갤러리아면세점은 한화그룹 유통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운영한다.
한화그룹은 명품 백화점 갤러리아를 운영하고 있지만 애경그룹의 AK플라자와 백화점업계 4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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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용득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가 지난 9일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기업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발표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
한화그룹은 이번에 면세사업으로 유통업 확장 발판을 마련하긴 했으나 운영경험이 많지 않다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4월부터 제주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열어 8개월만에 흑자를 내는 등 순항하고 있으나 서울 시내면세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백화점 대비 단위면적당 매출이 10배가 넘는다는 점에서 역성장에 빠진 백화점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면서도 “비용부담이 크고 상품조달 능력에 따라 실적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여의도를 입지로 선정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 개 층 전체를 100개 이상의 국내 중소중견기업 전용관으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또 동반성장펀드를 20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에 첫 발을 떼는 만큼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이런 공약들을 실천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약 5년 동안 실적이 미진할 경우 5년 뒤 재승인에서 탈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