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대만 TSMC를 꺾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강력한 경쟁자인 TSMC를 위탁생산 공정 기술력에서 압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TSMC는 최근 7나노 EUV(극자외선)공정을 활용해 애플과 화웨이 등 주요 고객사의 시스템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나노 EUV공정 기술을 먼저 확보했던 삼성전자보다 TSMC가 실제 고객사의 반도체 수주와 대량생산에는 더 앞서나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개발중인 5나노와 3나노 등 차기 미세공정 기술을 TSMC보다 먼저 상용화해 명예를 회복하고 기술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삼성전자와 TSMC 사이 속도전 양상에 접어들면서 위탁생산사업을 총괄하는
정은승 사장이 한시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는 시스템반도체사업 육성목표에 가장 핵심인 위탁생산사업에서 TSMC를 꺾고 1위에 올라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3%, 삼성전자는 16%를 차지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시장 1위 목표를 이루려면 한 해 매출을 지금보다 60% 늘려야 한다"며 "현재 생산능력과 고객사로는 달성하기 무리가 있는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정 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에 오른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충분히 자랑할 만한 성과를 올린 만큼 승산이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 발전을 이끈 EUV기술 도입과 세계 위탁생산시장 점유율 2위 도약, 화성 반도체사업장의 EUV전용 공장 건설 등이 모두 정 사장체제에서 이뤄낸 성과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의 강력한 투자 지원을 등에 업게 된 만큼 결국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TSMC와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과제만을 남겨 두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기즈모차이나에 따르면 TSMC는 내년부터 EUV기술을 적용한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애플 등 고객사와 이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5나노 EUV공정 개발을 마쳤다고 발표했지만 언제 양산을 시작할 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아 TSMC와 기술 속도경쟁에서 누가 앞서나갈 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TSMC에 꾸준한 기술 우위를 지켜야만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앞서나가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는 만큼 정 사장은 삼성전자의 기술 발전속도를 최대한 앞당겨야만 한다.
정 사장은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설명회 '삼성 파운드리포럼'에서 IT업계와 학계, 연구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계 없는 협력을 추진해 기술 발전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위탁생산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가장 이른 시일에 실적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기술력에서 인텔과 퀄컴 등 경쟁사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위탁생산 분야에서 기술력과 사업경험은 삼성전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입지를 키워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본격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 사장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위탁생산 1위에 오르려면 TSMC의 고객사를 빼앗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수합병과 같은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