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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
달리는 자전거의 페달 밟기를 멈추면 자전거는 넘어진다. 물론 달리는 자전거는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한미약품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에 공격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임성기 회장과 이관순 사장은 연구개발이라는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한미약품은 마치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자전거 같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23.4%를 연구개발비로 썼다. 국내 제약업계 1위다.
한미약품이 연구개발에 지나치게 돈을 쏟아 부으면서 실적악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임성기 회장은 달리는 자전거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듯 이런 비판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임 회장은 수시로 임직원들에게 “연구개발로 승부해야 한다. 길게 보라”고 주문한다.
이관순 사장은 임 회장의 이런 의지를 담아 연구개발이라는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이 사장은 연구소장 출신이다. 그는 2010년 11월부터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임 회장은 이 사장을 발탁한 뒤 2011년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동행을 시작한지도 이제 5년째에 접어들었다.
◆ 한미약품의 신약에 쏠리는 기대
한미약품은 그동안 안개 속에 있었다. 연구개발로 잠재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연구개발 투자비로 경영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안개 속을 빠져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3월 단일 기술수출 계약으로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가장 큰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면역질환치료제 후보물질 HM71224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모두 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다.
한미약품 주가는 3월 10만 원이 약간 넘는 선에서 출발해 지금은 2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미약품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약효지속·투약용량 최소화 콘셉트의 바이오신약 6건,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합성신약 7건, 치료효율을 극대화한 개량·복합신약 11건 등 모두 24건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바이오 의약품은 짧은 약효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은 약효 지속기간을 최대 한 까지 늘릴 수 있는 ‘랩스커버리’라는 자체 기술을 2006년 개발했다. 한미약품은 이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통해 바이오신약을 개발해 약효의 기간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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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당뇨치료 바이오신약군과 표적치료제군이다. 당뇨치료 바이오신약군에 한미약품 연구개발비의 60%가 들어가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시장은 세계적으로 매년 10% 내외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약 350억 달러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기존에 매일 투입하던 당뇨약과 달리 주 1회, 나아가 월 1회 투입하는 신약 개발에 주력해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관순 사장은 당뇨병 신약 개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공식적 발표는 안했지만 임상결과들이 예상보다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정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을 중국의 루예제약그룹과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3월 자체개발한 개량신약 ‘에소메졸’로 국내 제약업계 가운데 두 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미국시장에 진입했다. 개량신약은 신약과 복제약의 중간에 있는 약을 말한다.
한미약품은 2013년까지 출원된 특허만도 289건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1월 기준으로 연구원만 438명에 이른다.
◆ 임성기의 승부
한미약품도 처음부터 신약개발에 매달린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오히려 강력한 영업력으로 유명했다. 한미약품은 영업력을 앞세워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원급 병원을 장악하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2009년부터 정부가 제약사들의 영업을 규제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 한미약품이 내세웠던 영업력은 독이 됐다.
한미약품은 의약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적발돼 몇 가지 의약품목의 가격을 최대 20% 내려야 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2010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임성기 회장은 그때 마음을 바꿨다. 한미약품을 영업중심이 아닌 연구개발 중심 회사로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다.
임 회장은 영업 출신인 임선민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연구소장을 하던 이관순 사장을 발탁했다.
임 회장은 그뒤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에소메졸'이라는 개량신약을 미국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었다. 당시 한미약품 안에서 반대의견이 많았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투입돼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 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에소메졸의 오리지널약 개발사와 2년 동안 특허소송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미국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임 회장은 당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신시장 개척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며 “성공을 못한다 해도 수업료로 생각하겠다”고 도전의지를 불태웠다.
임 회장은 스스로를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임성기라는 이름을 걸고 약국을 냈다가 33세에 한미약품을 창업했다.
그는 "돈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머리와 열정, 그리고 독함은 대한민국이 최고"라며 "2030년경이면 로슈나 노바티스라는 걸출한 제약사를 보유한 스위스처럼 대한민국도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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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
◆ 연구소 출신 이관순의 동행
이관순 사장은 연구개발 중심 회사라는 임 회장의 의지를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이 사장은 1982년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했고 1989년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30년 동안 한미약품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장은 1997년 연구소장이 돼 한미약품의 연구개발을 이끌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주로 영업통이 맡았는데 이 사장은 연구소 출신이다. 이 사장은 2010년 1월 연구개발본부 사장을 거쳐서 같은 해 11월에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됐다.
이 사장은 그동안 한미약품의 굵직한 신약 연구개발을 이끌어 왔다. 그는 신약개발로 한미약품을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시키려고 한다. 그는 순이익이 2천억 원 나오는 신약개발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월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넘어야 글로벌이 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수출비중은 10-15%였는데 국내시장은 더 크지 않는다고 판단해 30%로 늘려가고 2020년경 해외매출 비중이 50%를 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존에 진행하던 리베이트와 같은 영업형태도 바꾸려고 한다. 그는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을 내세운다. 그는 ”언제든 시기가 문제이지 리베이트 영업이 길게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오너인 임성기 회장과 손발이 잘 맞는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신약 연구개발과 경영방향을 놓고 수시를 임 회장을 찾아 논의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