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2조6천억 원이나 사라졌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4일 전날보다 9.22% 하락한 23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전날에도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를 치며 15% 하락했다.
|
|
|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12일 11조2600억 원에서 이틀 만에 2조5800억 원이 줄어들며 8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현대차그룹이 어떠한 경우에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동안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다시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직접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시장에 보냈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비스는 당분간 주가 약세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2005년 대주주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을 때 실적악화까지 겹쳐 1년 동안 75%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현대글로비스의 6개월 목표주가를 26만5천 원으로 내놓았다. 26만5천 원은 직전에 발표된 목표주가 34만 원에서 22.1% 하향조정된 것이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그동안 현대글로비스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라는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었으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매출비중이 70%에 이르며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은 43%로 2월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공정거래법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며 “블록딜이 아닌 다른 형태로든 지분축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14일 3.95% 하락했다. 전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획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11.55% 급등했지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속속 올리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BS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36만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토러스투자증권도 한전부지 매입 이전 수준인 35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높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현대글로비스에 적용됐던 지배구조 관련 프리미엄이 현대모비스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비스 매각 무산으로 주가가 급변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지만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공통의 대전제는 그룹의 중심으로서 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시켰다”고 설명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이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기아차 지분 690만 주를 취득했을 때 기아차 시가총액이 한 해 동안 크게 늘어났다”며 “정 부회장이 지난해 8월 현대위아 지분 53만 주를 취득할 때도 8월 한 달 동안 시가총액이 1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2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정 부회장이 기아차 주식 690만주를 취득하는 동안 기아차의 시가총액은 같은 해 3조6800억 원에서 9조22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쪽에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