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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통합합의와 무관하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승인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가 중재에 나서는 등 통합승인의 명분을 쌓은 만큼 다시 한번 노조를 대상으로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곧바로 조기통합 관련 본협상에 들어가자고 하나금융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노조가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작업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신제윤 "노사합의 없어도 통합승인 신청 받을 수 있다"
신 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하나금융이 노사합의 없이 통합승인을 신청하면 받겠냐는 질문에 “구체적 입장을 말하기 어려우나 그렇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신 위원장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에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 사안을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신 위원장이 노사합의 없이 통합승인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합의가 거의 이뤄졌다가 흐트러지는 상황이 반복돼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나섰는데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노사합의 없이 통합승인 신청을 받을 가능성을 직접 입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기존의 불간섭 입장에서 벗어나 지난 8일 하나금융 경영진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을 불러 중재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기존 입장을 지키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이른 시일 내로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에 먼저 통합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외환은행 노조, 본협상 공식제안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금융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통합 관련 본협상에 바로 들어가자고 제의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대리인인 김한조 외환은행장에게 지난 11일 서신을 보내 통합과 인사원칙 등에 대한 실질적 협상을 하자고 했다”며 “이 협상을 통해 오는 3월13일까지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자고 정식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본래 통합 협상의제를 도출할 사전협상을 하기 위한 대화기구를 먼저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문 서명을 앞두고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2200여 명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불거져 협상이 지연됐다.
김 위원장은 “하나금융은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을 노사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처럼 변질시켰다”며 “이 합의문 때문에 본협상에 들어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실질적 사항에 대한 협상을 신속하고 밀도 있게 진행해 새 합의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위도 2.17 합의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신 위원장이 노사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에도 금융위가 2.17 합의서의 주체이기 때문에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2.17 합의서는 2012년 2월17일 하나금융, 외환은행 노조, 금융위가 서명한 합의서로 이후 5년 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외환은행에게 조기통합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2.17 합의서를 수정할 용의도 있다”며 “금융위도 노사가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자세를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