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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영국 에드워드 왕자 (오른쪽)와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이 군수 지원함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49억 달러 수주로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수주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업황이 침체된 이후 최고실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5년 연속 100억 달러 이상 수주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사들과 차별되는 실적을 올리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이끌고 있는 고재호 사장의 리더십도 주목받는다.
고 사장이 수주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유가하락의 환경 속에서도 해양플랜트에서 가스선으로 수주방향을 튼 것이 수주목표 달성의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김우중 키드'인 고 사장이 대우 세계경영 피를 이어받아 뛰어난 영업력을 발휘한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대우조선해양 수주비결은 선택과 집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LNG선 수주에 집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LNG선 37척을 수주했다. 세계 LNG선 발주 물량 66척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주한 셈이다. 조선사 한 곳에서 한 해에 LNG선을 30척 이상 수주한 것은 처음이다.
LPG선 12척을 포함하면 대우조선해양은 49척의 가스선을 수주했다. 가스선으로만 100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쇄빙LNG선 15척을 일괄수주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47억 달러 규모의 수주계약을 단독으로 따냈다. 47억 달러의 수주액은 조선업 사상 단일 프로젝트에서 올린 최대 수주액이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집중은 미래도 밝게하고 있다. 조선업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LNG선은 선가하락 폭이 크지 않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3~4년 동안 연 40~50척의 LNG선이 발주될 것”이라며 “LNG선만 유일하게 양호한 시황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더욱 빛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각각 6척, 5척의 LNG선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대우조선해양이 LNG선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몇 년 전까지 삼성중공업은 LNG선 누적 수주량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앞서 있었으나 지금은 대우조선이 독보적 1위로 점점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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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
◆ 대우조선해양, 해양플랜트에서 가스선으로 선회
대우조선해양이 가스선 위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효과적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연초에 선박보다 해양플랜트를 더 많이 수주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방향을 수정했다.
고재호 사장은 당초 “선박 중심에서 해양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개편되고 있다”며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해양플랜트 비중은 60%였다.
해운업황에 따라 수주량의 변동이 심한 상선과 달리 해양플랜트는 안정적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당연한 전략이었다. 또 해양플랜트는 기술력을 갖추면 고객사의 재발주률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러나 유가가 폭락하며 메이저 오일사들의 투자가 위축됐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크게 줄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80달러 이상일 때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나고 그 반대의 경우 발주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1기만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3기와 4기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해양플랜트의 업황 둔화로 모두 타격을 입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비중을 크게 늘리며 해양플랜트 부진을 만회했다.
◆ 고재호, 대우의 ‘세계경영’ 피가 흐른다.
대우조선해양은 11월 말까지 수주목표의 70% 남짓을 달성했다. 12월이 조선업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목표달성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12월에만 전체 수주량의 30.8%인 46억 달러를 수주해 목표를 돌파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30일 13척의 LNG선 수주계약 사실을 발표하며 막판 뒷심을 보여줬다.
해당 계약들은 아시아와 유럽지역 선주들과 맺은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해외사업 역량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을 이끄는 고재호 사장의 영업능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고재호 사장은 1980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선박영업담당, 선박사업본부장 등을 맡아온 영업통이다. 고 사장은 35년간 대우에 몸담아온 정통 대우맨으로 해외사업에 정통한 인물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를 인수해 직접 사장을 맡아 키워온 회사다. 김 회장은 ‘세계경영’을 내세워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해외영업 일선에서 뛰면서 누구보다 김 회장의 세계경영 철학을 깊이 체득했다.
지난달 11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것이 고 사장의 해외영업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위도도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건조현장을 둘러봤다. 라작 총리도 이날 고 사장을 만나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해양플랜트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이날 프란치스코 레모스 소난골 회장도 대우조선해양을 찾았다. 소난골은 앙골라의 국영석유회사로 대우조선해양에 100억 달러 이상의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발주해 왔다. 특히 레모스 회장은 고 사장이 1990년대 초 앙골라 시장을 직접 개척할 때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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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12월23일 존 안젤리쿠시스 안젤리쿠시스그룹 회장과 LNG운반선 4척 수주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 대우조선해양, 저가수주 우려 없다
조선업계가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만 홀로 목표를 달성한 것을 두고 저가수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주목표를 채우기 위해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체 수주의 30%가 연말에 몰려 있는 것도 실적을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수주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사들이 무리한 저가수주에 나서며 아직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가수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내리며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부진한 업황과 유가하락, 중국업계 기술력 강화를 부정적 평가의 이유로 들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로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익성을 높게 평가했다.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저가수주 후유증을 발생시킨 해양플랜트가 아니라 고부가가치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선회했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의 85% 이상이 상선”이라며 “상선의 수익성은 5% 이상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박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기술혁신으로 건조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향상시켰다”며 “지금 실적은 2018년까지 이익성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