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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구심력 강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임형규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3-13 11: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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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백을 대신하게 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따로 또 같이’ 체제다. 벌써 1년의 실험을 거쳤다. 최 회장이 스스로 공백에 대비해 마련해 놓은 듯하다. SK그룹 측은 “따로 또 같이 3.0은 SK그룹이 선보인 새로운 경영시스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당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것으로 내부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붙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체제의 성패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 하는 데 달려있다. 최 회장이 부재한 만큼 오히려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더욱 중요하다. 자칫 원심력이 더 강해질 경우 개별 계열사의 각개 약진만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룹 차원의 결정력은 약해진다. 대규모 투자나 계열사 업무 조정을 통해 시너지 창출 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오히려 그룹 전체의 침체를 낳을 수 있다.

구심력의 강화라는 점에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주목을 받는 이가 바로 임형규 부회장이다. 임 부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ICT기술·성장 총괄을 맡고 있다. 사실상 그룹 CTO다.

  SK 구심력 강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임형규  
▲ 임형규 수펙스추구협의회 ICT기술·총괄 부회장

임 부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오는 21일 열리는 주총에서 최종 결정된다. 임 부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최 회장이 옥중에서 ‘삼고초려’ 끝에 지난 1월 말 SK그룹에 합류했다. 최 회장이 장기공백에 미리 대비한 포석처럼 보인다.

임 부회장은 2008년 삼성전자 사장 시절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면서 사장단협의회가 삼성을 이끌던 시기를 경험했다. 당시 임 부회장은 투자조정위원회 일원으로 그룹의 신사업을 추진하고 중복사업을 조정하는 핵심역할을 맡았다.
 


임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만큼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생산라인 현대화를 위해 2021년까지 무려 15조 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투자는 SK그룹의 운명이 걸려있는 승부처다. 최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 투자를 무리없이 성공시켜야 하는 역할을 임 부회장이 맡게 된 것이다.

임 부회장의 또다른 역할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C 등을 묶어 급변하는 IT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IT시장은 급속하게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별사업의 약진 만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투자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룹의 구심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구심력에서 임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이 대목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술개발 투자에 조단위의 금액이 투입되는데, 앞으로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동안 비메모리 전문가로 활약했다. 메모리 개발본부장, 시스템LSI사업부문 사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임 부회장은 삼성전자 비메모리사업의 기틀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제는 임 부회장이 ‘굴러온 돌’이라는 사실이다. 최 회장이 힘을 실어준다면 임 부회장이 강력한 구심력을 발휘하면서 계열사들을 묶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원심력에 치우치면 임 부회장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김창근 수펙스협의회 의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 회장을 대신해 임 부회장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또 수펙스추구협의회 내부에서 굴러온 돌에 대한 견제가 발동하거나 신성장동력의 추진방향을 놓고 갈등을 겪을 수도 있는데, 이때 김 의장이 얼마나 조정을 원활하게 해주느냐 하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모두 6개의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전략위원회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글로벌성장위원회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김영태 SK그룹 사장, 윤리경영위원회는 정철길 SK C&C 사장, 인재육성위원회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인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동반성장위원회는 김재열 SK그룹 부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외매출이 내수보다 높은 SK그룹에서 구 부회장은 ‘해외통’으로 통한다. 구 부회장은 그동안 최 회장의 전폭적 신뢰를 받아 중국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의 해외사업이 최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도 얼마나 성과를 낼 것인가 하는 점은 구 부회장에게 달려있다. 구 부회장은 학자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됐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이 최태원-지주회사 SK-계열사라는 수직적 구조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6개 위원회-계열회사라는 수평적 구조로 그룹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최 회장은 이런 구조를 도입하면서 계열사 사장들에게 “앞으로 지주회사에 물어보지도 말고 갖고 오지도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의 도입에 대해 SK는 “2007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고민 끝에 새롭게 성장하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를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 회장의 경영공백에 대비한 체제라는 분석도 있다. 먼 앞날을 깊이 생각한 ‘원모심려’의 계책이라는 것이다. 


  SK 구심력 강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임형규  
▲ 출처: 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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