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신공정인 3D낸드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공정인 96단 3D낸드의 도입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72단 3D낸드 공정으로 기술적 우위를 장기간 지켜낼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투자공세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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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2일 “3D낸드 공정은 기술적 특성상 96단부터 난이도가 크게 높아진다”며 “삼성전자가 64단까지는 개발을 문제없이 진행해왔지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64단 3D낸드 공정개발을 마무리한 뒤 올해부터 대량양산을 시작했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평택 대규모 낸드플래시공장 생산라인에도 대부분 64단 공정이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공정인 96단 3D낸드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D낸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원가절감과 성능개선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 연구원은 96단 공정부터 현재 적용되는 3D낸드 구조가 한계를 맞아 기술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96단 공정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64단 3D낸드까지 적용됐던 ‘싱글스태킹’ 방식의 공정을 96단까지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단부터 96단까지의 반도체소자를 한번에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생산원가가 낮다.
하지만 도 연구원은 싱글스태킹 방식의 공정에서 단수가 96단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결함 가능성이 커지거나 구조가 불안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겨 기술개발이 훨씬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앞선 72단 3D낸드 개발을 완료해 연말까지 양산에 들어갈 예정을 세웠다. 삼성전자와 달리 36단을 두층으로 쌓아올리는 ‘더블스태킹’ 공정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 연구원은 더블스태킹의 경우 높은 단수를 쌓기 쉽지만 제조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파악했다. SK하이닉스가 3D낸드 기술발전에도 낸드플래시 원가절감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는 “싱글스태킹은 공정이 어렵지만 비용이 낮고 더블스태킹은 쉽지만 제조원가가 비싼 방식”이라며 “낸드플래시업체들이 공정방식 선택을 놓고 큰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 연구원의 관측과 같이 삼성전자의 96단 3D낸드 도입이 늦어진다면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3D낸드 공정기술이 가장 앞서있다는 기술적 우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성능의 낸드플래시를 공급받기 원하는 고객사들은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공산이 있다.
하지만 실제 생산원가에서 SK하이닉스의 72단 공정이 삼성전자의 64단 공정에 뒤처진다면 실적개선의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3D낸드 생산능력도 SK하이닉스보다 훨씬 앞선 만큼 규모의경제를 갖춰 삼성전자가 훨씬 유리한 입지에 놓일 수 있다.
도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D낸드 공정기술력은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격차를 벌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