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사진)이 인천 영종도에 있는 5성급 호텔 하얏트리젠시를 인수한 것을 놓고 영종도의 카지노 패권 사수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선이 많다. <파라다이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시티가 꽉 잡았던 영종도 카지노에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리조트'라는 경쟁기업이 들어오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하얏트리젠시 인수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는 파라다이스의 협력기업인 일본 세가사미의 반대도 있었다.
전 회장은 초고가 호텔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이외에 이보다 비교적 합리적 가격대인 하얏트리젠시를 통해 인스파이어리조트로 향하려는 고객 수요를 흡수해 카지노 사업의 성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11일 파라다이스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전필립 회장은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실적을 반등시켜 하얏트리젠시 인수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파라다이스시티를 운영하기 위해 파라다이스와 일본 기업 세가사미홀딩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전체 지분의 55%를 파라다이스가, 45%를 세가사미홀딩스의 자회사인 세가사미크리에이션이 소유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과 카지노 운영을 주력으로 한다. 여기에 3월9일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하얏트리젠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도 파라다이스세가사미의 책임이다.
하얏트리젠시는 한진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그랜드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를 파라다이스가 파라다이스세가사미를 통해 2100억 원에 인수한 곳이다.
전 회장이 하얏트리젠시를 인수한 주된 목적은 일반 고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카지노업계의 시각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은 그동안 일반 고객보다는 일본 국적의 VIP 고객을 주로 유치해 카지노를 운영해왔다.
일반적으로 카지노는 VIP 고객이 드롭액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드롭액은 고객이 칩 구입을 위해 지불한 금액이다. 파라다이스가 올해 1분기 카지노에서 거둔 드롭액은 모두 1조7559억 원인데 이 가운데 75.6%인 1조3280억 원을 VIP가 지불했다.
그러나 일반 고객도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일반 고객은 VIP보다 승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카지노는 일반 고객을 많이 유치할수록 홀드율이 올라간다. 홀드율은 드롭액 중에서 카지노가 실제로 가져가는 돈의 비율이다.
하얏트리젠시는 객실 501개를 보유한 5성급 호텔이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부킹닷컴에 따르면 하얏트리젠시는 주말 기준 1박 숙박비가 5성급 호텔 치고 저렴한 가격인 30만 원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반면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은 객실 711개 규모의 5성급 초호화 호텔 겸 리조트로 주말 1박 가격이 100만 원대에 육박한다. 일반 고객을 흡수하는 차원에서 보면 하얏트리젠시의 경쟁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과 하얏트리젠시가 붙어 있다는 점이 파라다이스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일반 고객을 유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카지노 매출 상승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이 단지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과 하얏트리젠시의 시너지를 위해 2100억 원이라는 돈을 들인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인스파이어인그레이티드리조트와의 영종도 카지노 패권 경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스파이어는 2024년 3월 인천 영종도에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리조트를 개장했다.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리조트는 객실 1275개와 자체 카지노까지 갖추고 있는 대규모 리조트다.
인스파이어리조트는 합리적 숙박비로 카지노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가족·단체 단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부킹닷컴에 따르면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주말 기준 1박 숙박비는 5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전 회장 입장에서 보면 카지노로 올 수 있는 일반 고객들 대부분을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이 아닌 인스파이어리조트로 뺏길 수 있는 위기가 닥친 셈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인스파이어 실적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스파이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파이어는 2024년 10월1일부터 2025년 9월30일(11기)까지 매출 4160억 원, 영업손실 461억 원을 냈다. 직전 회계연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90%가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70% 이상 줄었다.
▲ 하얏트리젠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전경. <파라다이스>
무엇보다도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영업비용이 23.1%만 증가했다는 점이 인스파이어에게 고무적인 지점일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을 넘어 영업이익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인스파이어는 고객 유치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4월3일에는 일본인 VIP 응대를 위해 일본 오사카에 인스파이어 지사를 세워 현지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 회장으로서는 대응이 필요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그랜드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현 하얏트리젠시)는 기회나 다름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 회장이 하얏트리젠시를 품에 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본 파트너기업인 세가사미의 반대 때문이다.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은 3월26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얏트리젠시(당시 그랜드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 매각 지연 사유를 놓고 "'일본 합자법인으로 (세가사미측이) 반대를 하니까 가격을 깎아달라'고 해서 매각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이 세가사미를 설득하기 위해 가격을 깎아달라고 한진그룹에 요구해 어렵게 인수에 성공한 만큼 하얏트리젠시 인수를 통해 영종도 카지노 주도권을 쥐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는 하얏트리젠시 관련 실적이 처음으로 포함된 1분기 실적을 6일 발표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459억 원, 영업이익 15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0% 감소한 것이다. 하얏트리젠시가 인식한 매출은 61억 원이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3월 홀드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분기 매출이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는 하얏트리젠시 인수 및 운영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