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않기로 결정하면서 최근 들어 가파르게 이어진 주가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요구해왔던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이 밝고 대규모 자사주 소각계획과 적극적인 배당확대 가능성도 내놓은 만큼 충분히 주가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
|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블룸버그는 27일 “삼성전자가 결국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꾸준히 지적받아온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검토중이던 지주사 전환계획을 완전히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토한 결과 주가부양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APG자산운용 등 외국 투자기관들은 최근까지 삼성전자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할 경우 사업회사의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어 주가가 오르는 효과도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주가상승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반면 오히려 경영역량을 분산할 수 있어 사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2% 정도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주사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며 지배구조개편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돼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지주사 전환계획을 내놓을 경우 주가 상승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최대 290만 원까지 높였다.
하지만 지주사전환 철회로 삼성전자의 주가상승이 크게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이 지주사전환 철회에 반발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에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대안을 내놓으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전체 주식수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주식소각으로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소각규모가 커 이론적으로 15% 가까운 주가부양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27일 전일보다 2.43% 오른 219만2천 원으로 장을 마쳤다. 3일 연속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쓰며 시가총액도 사상 최초로 30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식소각이 실제로 주가상승에 주는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계열사나 오너일가 등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방법이라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이런 주가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지주사전환을 포기한 데 따른 주가하락을 막으려면 현금배당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등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2020년까지의 계획을 이미 검토중”이라며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경우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계속 강화한다면 지주사 전환계획의 철회가 주가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겪을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도 삼성전자가 올해 실적상승으로 현금보유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돼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투자자들에는 지주사 전환보다 배당확대가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 이사회에 전달하는 사외이사조직 ‘거버넌스위원회’도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주주가치 높이기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계획 철회로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에 반영됐던 기대감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주주들이 이전보다 활발히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겠지만 삼성전자 역시 이를 최대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