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 구독 올해 연매출 2조 눈앞, 류재철 '2030년 6조' 목표 달성 키는 '현지화'

류재철 LG전자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에 현지 맞춤형 전략을 더해 해외 가전 구독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LG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구독 사업에서 5년 내 연매출 6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국가별로 사업 모델을 현지화하며, 가전을 구독하는 것이 현지에 자리잡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 국가마다 인프라가 다른 만큼, 물류 효율화와 이를 통한 고객 가치 제공이 국내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5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구독 사업이 국내에서는 이미 안정권에 진입했지만, 연매출 6조 원 목표의 성패는 해외 시장 확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은 2018년 이후 케어서비스를 제외하고 연평균 3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며, 올해는 가전 구독으로만 매출 2조 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2030년 가전 구독 사업의 연매출 목표를 6조 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LG전자는 2019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태국, 대만에 이어 올해 인도와 싱가포르까지 진출하며 해외 가전 구독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거주 형태가 유사한 국가를 우선 공략해 ‘한국식 구독 모델’을 이식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월 판매 계정 수 1만 건을 넘겼고, 태국에서도 서비스 개시 9개월 만에 1만 건을 달성했다.

태국에서는 치앙마이, 나콘랏차시마, 송클라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전용 공간도 마련했다. 올해 8월에는 싱가포르에 구독 전용 브랜드숍을 처음 열기도 했다.

LG전자 측은 “말레시아나 태국의 경우 가전 구독 시장이 형성돼 있어 고객 수요가 컸다”며 “국내에서 축적한 노하우에 현지 맞춤 전략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가전 구독 올해 연매출 2조 눈앞, 류재철 '2030년 6조' 목표 달성 키는 '현지화'

▲ LG전자 관계자들이 싱가포르 가전 구독 전용 브랜드숍 개점을 기념하며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LG전자 >

다만 해외 사업 과정에서 현지화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한국과 유사한 구독 모델을 인도 현지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했지만, 기대보다 낮은 성과로 제품 구매 후 ’연간 유지보수 계약(AMC)' 기반의 케어 중심 구독 모델로 전략을 전환했다.

제품을 빌려 쓰는 것에 익숙치 않은 인도 현지 소비자 특성을 반영, 렌탈 구독 대신 케어서비스 구독으로 변경한 것이다. AMC는 최초 구매 비용이 높은 대신 유지보수 비용이 구독료보다 저렴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에서만 AMC 케어와 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 소비자 수요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프라도 해외 사업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국내와 달리 인도나 북미 등 해외 대도시는 이동거리가 길고 지역별 인프라 편차도 커, 물류 배치와 회수, 유지보수(A/S) 과정에서 비용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현지 매체 핀샷은 LG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을 두고 “인도 대도시에서 이미 렌털 스타트업들이 반품 지연, 과도한 위약금 등의 문제를 겪었다”며 “물류 효율화와 높은 수준의 고객 경험 제공 없이는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류재철 사장은 현지 고객서비스(AS) 조직을 강화하거나, 인공지능(AI) 기반의 '씽큐(ThinQ)' 기술을 활용해 고장 발생 전에 미리 부품 교체나 점검을 안내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힘을 주고 있다.

류 사장은 지난 11월 LG그룹  2026년 임원인사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며 LG 생활가전을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가 선제적으로 국내에서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한 것도 류 사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가전 구독 사업은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기에 부담이 크지는 않다"며 “구독 사업 매출이 2조 원을 눈앞에 둔 만큼, 해외 시장 확대로 6조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