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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야권 대선후보들이 강도높은 재벌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혁대상 재벌 대기업집단의 이름을 거명하는 일도 낯설지 않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회오리 속에서 대선이 치러질 공산이 큰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이 재벌의 편법.불법적 행위를 엄중히 다스릴 것을 요구하는 민심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이 연루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위재벌은 숨을 죽이고 대선주자들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안철수, 재벌 중심 한국경제 '동물원'에 빗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가장 일관되게 재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대선주자로 꼽힌다. 안 전 대표의 대표적인 주장이 ‘재벌동물원’론이다.
안 전 대표는 과거 교수 시절부터 꾸준히 국내 경제구조를 재벌에 종속된 동물원에 비유해왔다.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는 중소기업은 마치 동물원에 갇혀 있는 것과 같아서 중소기업이 성장할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동물원에 빗대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전국 창조혁신센터를 두고 대기업에 하나씩 독점 권한을 준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권역별로 만들고 대기업이 공동관리하게 했으면 동물원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데 독점 구조가 돼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에는 구체적으로 재벌대기업을 언급하며 동물원 구조를 해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동물원 구조를 갖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도약하려면 삼성동물원, LG동물원, SK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대표가 기업인 출신인 것을 고려하면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과거 안 전 대표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같은 친목모임에서 교류했던 것을 감안하면 SK그룹까지 동물원 생태계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의외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자수성가한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재벌 총수 일가의 물려받은 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국 100대 부자의 70%가 자수성가인 반면 우리나라는 100명 중 25% 안팎이 자수성가라는 점을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서도 “삼성 예외주의, 재벌 예외주의를 깨야 공정한 나라로 바로 설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안 전 대표는 “삼성 오너 일가는 여러 차례 불법을 저질렀지만 경제 상황을 이유로 선처를 받아왔다”며 “대기업이 투명하게 경영되면서 경쟁력을 길러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재벌개혁에 보수와 진보 '한 목소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여기에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4대 재벌을 우선 규제대상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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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문 전 대표는 “재벌도 양극화 해서 경영이 어려운 재벌도 많다”며 “그래서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말에도 재벌개혁의 핵심이 삼성그룹과 상위재벌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문 전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삼성이 특별히 제대로 개혁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삼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안 전 대표 역시 그 중 하나다. 안 전 대표는 23일 국민의당 전남도당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삼성 X파일 특검 수사를 저지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을 두고 “재벌개혁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당내 대선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 전 대표의 재벌정책에 물음표를 던졌다.이 시장은 24일 대전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에 대해 어떤 정책을 할지 공개 토론이 필요하다”며 “재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사이다’라는 별칭까지 얻은 이 시장은 최근 발언 수위만 놓고 보면 재벌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장은 23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삼성족벌체제가 법 위에 있다며 기득권 재벌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삼성과 싸워 이길 수 없는 사람”이라며 “기득권, 삼성과 싸워 이길 사람은 나”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자신이 집권할 경우 이 부회장의 사면 같은 것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재벌 등을 놓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대선주자들도 재벌개혁 의지를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 위주 경제구조를 약탈경제라고 비판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재벌대기업의 독점적 지위와 불공정거래행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재벌개혁에는 보수와 진보도 따로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2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재벌 중심 경제체제 탈피를 외쳤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26일 재벌이 횡포를 일삼지 못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역시 25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아버지에게 큰 회사를 물려받아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해주는대로 하고 이런 게 재벌의 문제”라며 “재벌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벌가문의 무분별한 세습경영을 못하게 할 것”이라며 “재벌기업이 서민경제를 침범하고 중소기업을 약탈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