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종합전자그룹’의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는 포기했지만 최근 동부LED와 동부대우가전을 부쩍 챙기는 김 회장에게 ‘종합전자그룹’이라는 꿈은 아직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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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14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LED가 최근 70억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배정으로 실시된 이번 증자에서 기존 우선주(1,200만주) 보유자인 동부하이텍(770만주)과 동부CNI(430만주) 등이 모두 실권하면서 대지흥업이 실권주 전액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지흥업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직접 출자해 설립한 부동산 개발업체다. 즉 김 회장이 기존 주주를 대신해 직접 동부LED 투자에 나선 셈이다.
김 회장이 동부LED 챙기기에 나서자 동부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해 11월 발표한 자구계획안에서 핵심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의 매각을 결정했다. 김 회장이 애착을 가지던 반도체와 철강 사업에서 손을 떼자 재계에서는 예상 외라는 평가와 함께 동부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동부하이텍은 김 회장이 수천억 원의 사재까지 쏟아 부으며 키워온 반도체 업체이고, 동부메탈은 합금철 시장에서 국내 1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LED는 2011년 설립 이후 알티반도체로부터 반도체 사업 부문을 사들이면서 회사 외형을 키웠다. 2011년 매출액은 238억원이었고 다음 해인 2012년 매출액은 2배 이상 증가해 516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초기 사업 비용으로 인해 2년 연속 70억원대의 순손실을 냈다. 장치사업 특성상 지속적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김 회장이 직접 나서 자금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김 회장의 자금지원으로 동부LED는 사업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동부대우가전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해 2월 대우일렉을 인수한 후 동부대우전자로 재출범하면서 ‘글로벌 종합전자회사’로 도약을 선언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1년 동안 전산 인프라 구축, 영업망 확대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었는다. 올해는 냉장고, 세탁기로 한정됐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TV, 청소기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동부대우전자를 중심으로 가전과 로봇, LED 등의 사업 경쟁력 강화도 지시했다.
특히 동부대우가전의 TV 시장 진출 선언은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UHD(초고해상도) TV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아닌 풀HD(고해상도) LED(발광다이오드) TV 제품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는 오는 28일 동부그룹의 본부격인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로 사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부대우전자는 다른 전자 분야 계열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고 김 회장은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종합전자그룹’이라는 목표에 재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 회장이 1997년 설립 이후 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동부하이텍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유는 반도체부터 가전까지를 아우르는 ‘종합전자그룹’의 꿈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부하이텍 매각이 결정되자 김 회장이 그 꿈을 단념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동부하이텍 매각 당시 그룹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를 매각하는 대신 가전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반도체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지만 가전을 통해 꿈을 대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