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4-09-20 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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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환율민감도가 높은 하나은행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에 선두를 내준 가운데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우호적 환율 흐름에 힘입어 다시 한번 리딩뱅크를 향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우호적 환율 흐름에 힘입어 올해도 리딩뱅크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20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하반기 하나은행이 원/달러 환율 하락의 수혜를 볼 것으로 여겨진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외환환산익 발생과 순이자마진(NIM), 자본비율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은행업종내 대표적 환율민감주인 하나금융지주에 상당한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은경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9월 초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을 하반기 은행업권 주도주로 꼽으며 “제한적 자산 성장에도 마진 및 건전성 관리가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고 비교적 우호적인 환율 흐름도 실적 전망에 긍정적 부분이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수혜 대상으로 특히 하나금융을 꼽는 이유는 하나금융 실적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하나은행의 환율민감도가 다른 은행과 비교해 높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상당 규모의 외화부채를 안게 됐다. 이에 따라 환율이 오르면 부채도 크게 잡혀 장부상 외화환산손실 보는 체질이 된 것이다.
실제로 하나금융 실적발표자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올해 인식한 외화환산손실은 1분기 813억 원, 2분기 474억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3년에는 771억 원, 2022년에는 1614억 원 규모의 외화환산이익을 반영하기도 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천억 원 단위까지도 영향을 받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환율이 10원 변동하면 세전손익이 100~120억 원까지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하락 전망에 힘이 실리자 하반기 하나은행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3분기 이미 빠른 하락세를 보인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영향에 환율이 120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발표 이후 보고서에서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250~137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였던 1290~1410원에서 일괄적으로 40원 하향한 것이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20~13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최대 80원 가량 하락 여력이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하반기 환율 흐름이 하나은행에 우호적 환경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 행장이 살짝 느슨하게 잡았던 영업확대 고삐를 다시 죄면 상반기 신한은행에 내어줬던 리딩뱅크 탈환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행장은 지난해에도 뒷심을 발휘해 리딩뱅크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에서 KB국민은행에 밀렸지만 4분기 판세를 뒤집고 연간 순이익에서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 하나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상반기 개선세를 보였다. <하나은행>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509억 원이다. 순이익 2조535억 원으로 선두를 차지한 신한은행에 이어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행장은 올해 건전성 관리에 힘을 싣기 위해 대출자산 성장세에서는 속도 조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반기를 거치며 하나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안정화됐다는 점이 이 행장이 하반기 영업확대에 다시 나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2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0.27%다. 1분기 말보다 0.02%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도 모두 개선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02%포인트, 기업대출 연체율은 0.01%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3%로 나타났다. 4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가계대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올해 리딩뱅크가 기업대출에서 갈릴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은행에는 긍정적 환경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이 앞서 리딩뱅크를 차지한 동력에 기업대출 성장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 성장률은 11.9%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총괄(CFO) 부사장,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 겸 사회가치본부 부행장, 하나생명 사장 등을 거친 뒤 2023년 1월 하나은행장에 올랐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