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12-15 1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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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년 반 만에 회사를 상대로 날을 세웠다.
박 전 상무가 향후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를 겨냥한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 참여를 시도할 지 관심이 쏠린다. 삼촌과 조카 사이 다툼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가 1년 반 만에 회사를 상대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15일 박 전 상무 측에 따르면 향후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 자사주 관련 정관변경을 정식 주주제안으로 올릴지와 동시에 다른 주주제안도 실행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박 전 상무 측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이날 발표된 내용과 같이 정관변경을 주주로서 요청하는 것”이라며 “향후 회사의 대응을 보아 실제 정식 주주제안으로 이어갈지를 결정할 것이고 여기에 다른 주주제안도 할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상무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이 다른 기업과 자사주를 교환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점, 자사주 보유 규모가 과도하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차원에서 △정기 주주총회에서 매년 자사주 보유 목적과 소각 및 처분계획을 보고할 것 △자사주 교환 등을 통해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상호주를 형성할 때 미리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을 것 등의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것을 금호석유화학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박 전 상무가 내놨던 주주제안이나 이날 발표된 보도자료 등을 고려하면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는 안건으로는 신규 사외이사 선임이 꼽힌다.
내년 3월을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인 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 감사위원회 위원장인 황이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등 3명이다.
이들은 모두 박 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과 경영권 다툼을 시작한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추천해 새로 선임된 3년 임기의 사외이사들이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3월과 2022년 3월에 열린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자리에 주주제안을 통해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린 바 있다.
2021년에는 스스로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사외이사 후보들을 냈다. 2022년에는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했다.
이날 박 전 상무는 보도자료에서도 “명분 없는 자사주 교환과 관련해 이사회 구성원에 일반주주들과 함께 법률상 가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분쟁을 이어가면서 이사회 결정의 부적절함을 주장함과 동시에 임기 만료가 맞물린 사외이사 자리를 통해 경영참여를 노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 수단인 셈이다.
내년 3월로는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도 마무리된다. 다만 박 전 상무가 2021년 3월을 끝으로 회사를 나왔기 때문에 2021년과 같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여겨진다.
배당 결의안 역시 실행에 옮기기에는 쉽지 않다.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주주제안에서 박 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보다 훨씬 높은 배당안을 내놨지만 주주들이 회사의 현실적 재무 상황을 고려해 박 전 상무의 제안이 모두 선택받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는 2020년 결산배당 안건으로 보통주 1주당 1만1천 원, 우선주 1주당 1만1050원 제안했다. 이는 금호석유화학(보통주 4200원, 우선주 4250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었지만 최종 부결됐다.
박 전 상무는 2022년에도 금호석유화학보다 50%가량 높은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 우선주 1주당 1만4950원을 전년도 결산배당안으로 제안했지만 주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박 전 상무는 올해 9월 말 기준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259만9132주(8.87%)를 지닌 개인 최대주주다.
박 회장의 지분율은 6.96%,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의 지분율은 7.45%로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박 전 상무는 1978년생으로 박 회장의 큰 형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2010년부터 2021년 3월까지 금호석유화학에서 일하며 상무까지 올랐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2021년 1월 박 전 상무가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는 공시를 하고 회사에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시작됐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측근을 사외이사에 앉히는 방식으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었다.
▲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그러나 2년에 걸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후 2022년 7월 박 전 상무와 동갑인 박준경 사장(당시 부사장)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같은 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조카의 난’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박 전 상무가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2022년 7월 임시 주주총회 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이 갑작스러운 임시 주주총회 개최로 6주 전 발송해야 하는 주주제안이 불가능해진 점, 박 회장이 박 부사장에 자금을 불법 대여하는 등 배임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내세우며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사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다”며 “영업 부문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박 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해 유기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자사주와 관련한 박 전 상무의 비판에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박 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과 OCI 사이 자사주 교환에 관해 무효확인을 청구한 소송이 각하판결을 받은 11월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교환 주식수와 동일한 17만1847주를 추가적으로 소각 결정한 바 있다”며 단순 자사주 보유가 아니라 소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