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부문 투자 확대, 박정호 내년에도 1위 자리 지킨다

▲ SK하이닉스가 HBM 부문 투자를 확대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HBM(고대역폭메모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활용처가 늘어나는 시장 추세에 대응해 HBM 부문에 투자를 늘려 경쟁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두 자리를 굳히는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첨단 고부가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HBM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내년까지도 지속되면서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경쟁업체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지속해서 중요도가 상승할 HBM 시장에서 업계 1위 지위를 내년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점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규모가 2023년 19억 달러(약 2조5천억 원)에서 2024년 58억 달러(7조5천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HBM 부문 투자 확대, 박정호 내년에도 1위 자리 지킨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4년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갖고 있는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 SK하이닉스 >


반면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HBM 매출규모는 2023년 13억 달러(약 1조7천억 원)에서 2024년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 3년 연속 HBM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1위는 SK하이닉스(50%)로 조사됐다. 애초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의 HBM 매출이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올 것으로 전망했으나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우위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늘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은 HBM의 경쟁력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관련 투자에 더욱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회장은 올해 2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챗GPT 등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글로벌 데이터처리량이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HBM 투자는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개발 양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 양산 확대를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차세대 HBM과 관련해 고객사 및 파트너들과 함께 2024년과 2025년 기술 협업 및 생산능력(CAPA)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양산 확대를 위해 다른 생산라인을 HBM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HBM 생산확대를 위해 청주 TSV 공정 라인을 증설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TSV 공정은 수직으로 쌓아진 HBM 내부 D램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 HBM 부문 투자 확대, 박정호 내년에도 1위 자리 지킨다

▲ SK하이닉스의 4세대 HBM인 HBM3.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TSV 공정라인을 늘리면 HBM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HBM 생산에 병목이 되고 있는 부분은 TSV 공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차세대 HBM이 지금보다 더 높은 대역폭과 큰 용량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직접 연결시켜 데이터전송 거리를 좁히는 반도체 연결기술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HBM시장이 승자독식 구조로 이뤄져 선두기업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차세대 제품에서 기술적 우위를 이어가는 일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류 HBM으로 꼽히는 HBM3(4세대 HBM) 시장에서도 경쟁업체보다 앞서 양산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얻을 수 있었다. 

SK하이닉스의 HBM3 시장선점에는 박정호 부회장의 노력도 보탬이 됐다. 박정호 부회장은 인공지능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인 HBM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매출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기술개발에 힘썼다.

박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인공지능(AI) 시대에 적합한 메모리 기술 개발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HBM부문에서는 반도체 기업이 먼저 찾아올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HBM 시장규모는 2024년 AI서버 시장확대와 함께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엔비디아 이외에 AMD, 브로드컴, 인텔GPU 등 회사들의 HBM 수요가 큰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24년 HBM 수요는 올해보다 171.6% 증가한 118억 달러(15조3천억 달러)로 예상되며 전체 D램 수요의 1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024년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며 “선별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선단공정(첨단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HBM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