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에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포스코 열연강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이번 조치로 입을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지만 앞으로 여러 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포스코는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 “이번 관세 부과,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일 미국 상무부의 대규모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로 포스코가 입을 실질적 이익 훼손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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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미국 상무부는 6일 포스코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관세 3.89%와 상계관세 57.04%를 부과하는 최종 판결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월까지 미국 상무부의 판결을 승인할지를 결정한다.
박 연구원은 ITC가 결과를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관세를 부과받으면 최악의 경우 매출 4800억 원, 영업이익 500억~600억 원가량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2382억 원인 점을 고려할 때 2.2~2.7% 수준이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박 연구원은 진단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도 포스코의 실적에 주는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연이은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 동아시아시장 내 물량 확대로 이어져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요인”이라면서도 “해당 제품의 포스코 내 영업이익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파악했다.
미국 상무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으로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연간 526억 원가량 줄 것으로 백 연구원은 전망했다. 포스코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의 2.3%에 해당한다.
◆ 보호무역주의 바람 더욱 거세질 듯, 개별기업 대응으로는 한계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글로벌 철강산업에 부는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조치가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런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중국산 냉연강판에 22%, 러시아산 제품에 36%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역외산 철강제품에 대한 강도 높은 수입감시제도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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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중국도 반덤핑관세 부과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상무부는 7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전기강판에 앞으로 5년 동안 37.3~46.3%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는 7월에도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현대제철 38.2%, 포스코 64.7% 등의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밖에 한국산 용접각관, 구리모합금, 페로바냐듐, 탄소, 합금강판 등에 대한 관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철강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어 당분간 강한 보호무역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수출물량이 국내에 풀리면서 내수시장에서 심각한 공급과잉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한 중국산 철강이 국내에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는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늘리고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 상무부를 제소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할 만한 마땅한 방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원론적 수준에 그친다”며 “관세 부과문제는 국가 간 문제이기 때문에 철강업계의 자체적 노력에 기댈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6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일부 선진국들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각국의 수입 규제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지 철강업계나 통상 당국과의 대화 채널을 강화해 사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