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3-05-22 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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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장 후보 선출이 나흘 앞으로 다가 왔다.
이번 은행장 선출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객관적 프로그램을 통해 선출되는 첫 번째 우리은행장이기 때문이다.
▲ 우리은행이 26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를 뽑는다.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는 그동안 이어온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선임의 불투명성을 해결하는 한편 올해 쌓인 과제를 해결할 유능한 인물을 행장으로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26일 이사회를 열고 최종 우리은행장 후보 1인을 뽑는다.
우리은행은 앞서 3월7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부터 은행장 선임 절차를 밟아왔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안에서 실적의 약 85%를 책임지는 핵심인 만큼 그동안 우리은행장 선임을 두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권한을 내려놓고 객관적 프로그램을 통해 뽑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3월30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장 후보군은 영업력을 위주로 뽑았고 회장이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은 내려놓았다”며 “투명성과 객관성,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임 절차를 마련해 우리금융의 새로운 조직문화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어온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에 대한 안배가 완전히 끝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우리은행장 후보로 꼽힌 4인은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이사,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등이다.
이 가운데 이 부문장과 조 대표는 상업은행, 강 부문장과 박 대표는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전 이원덕 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상업은행 출신인 이 부문장과 조 대표 가운데 임 회장이 결정하는 형태로 선임 과정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번 선임 과정에서 회장 등 개인의 영향력을 줄이고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에 4명의 후보들은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을 이어왔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문가 심층 인터뷰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평판 조회는 다면 평가로 진행하는 등 외부시선을 평가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은행장 선임 과정을 두고 “새로 도입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시행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회장, 은행장, 임원 등 경영진 선발을 위한 경영승계프로그램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며 이는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의 어젠다로 다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계열사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장 영향력을 배제하는 등 관례를 깨면서도 내부에서도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 들어오는 길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장 선임을 두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시선과 우리금융지주 안의 쌓인 과제 등을 꼽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월6일 2023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지주 경영자 선임 절차가) 블랙박스 안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금융당국도 일부 공감한다”며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 이사회 운영,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 적정성 등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경영진 1차 후보군 선정 기준잉 어떤 것인지 단순히 외부 헤드헌터사에 의뢰한다는 것인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두고 한 말이지만 지금 우리은행장 선임에도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중요한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객관적 선임 프로그램을 적용해 성공하게 된다면 향후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지주는 하나금융지주와 국내 금융지주 3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비은행 부문 인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맞붙을 경쟁력과 함께 비은행 인수 실탄 확보, 내구 계열사 시너지 등에서 중심축을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다만 우리은행은 아직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하나은행에 1077억 원 뒤처졌다. 앞서 2022년에는 1분기 400억 원을 앞섰다가 결국 전체 실적에서 2494억 원이 뒤처진 것을 고려하면 시작부터 크게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올해 우선 목표 가운데 하나인 비은행 강화를 위한 첫 단주인 증권사 인수도 상반기가 거의 끝나가는 5월 말까지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시너지를 위한 움직임 역시 우리은행장이 없어 뚜렷한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적 경제 불확실 속에서 명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우리은행이라는 거함을 이끌어야 하지만 선장이 없어 위축되는 일이 벌어져온 셈이다.
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과제는 쌓인 가운데 누가 새로운 우리은행장이 돼 이끌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