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전기차 충전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헬로비전은 전기차 충전기 보급사업자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가 전기차 충전사업을 본격화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13일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과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기차 충전기기 등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업이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LG전자는 2018년 말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래 A&B(오토모티브&비즈니스 솔루션스)센터를 신설해 4년째 관련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소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2020년 GS칼텍스가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허브’에 전기차 충전 통합관리 솔루션을 시범적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전기차 충전소 솔루션이란 충전기 상태 및 실시간 충전 현황 확인, 충전 결제 자동화, 원격 제어 및 진단과 같은 통합 관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충전소 운영업체는 개별 충전소 현황을 확인하거나 전국에 있는 여러 충전소를 원격 관리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충전소 상태와 고객 이용현황에 관한 리포트도 받아볼 수 있다.
또 고객이 시스템에 사용자 정보를 한 번 등록하고 난 뒤 충전부터는 충전기가 스스로 차량을 인식하고 충전과 결제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소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2017년 말 59.7기까지 늘어난 뒤 2020년 8월 기준 50.1기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 규모를 충전시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의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영국이 318.5기, 독일이 230.4기, 미국이 185.3기에 이른다. 일본도 153.1기로 한국보다 월등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전기차 충전소 시장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6.4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박일평 당시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오른쪽)과 이상용 A&B센터장 전무가 2020년 11월 LG전자 전기차 관리 솔루션을 탑재한 충전기를 사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LG전자 > |
전기차 충전소를 직접 지으려면 막대한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기존 정유업체들이 주유소 내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LG전자는 충전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2월 태양광패널사업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대신할 먹거리로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낙점한 셈이다.
조 사장은 2021년 4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있으면서 26년 동안 이어온 스마트폰사업 철수를 주도하는 등 LG전자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조 사장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과 로봇, 헬스케어 등에서 사업 확대 기회를 보고 있는데 전기차 충전 솔루션으로도 성장동력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한다면 계열사와 시너지도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서비스형 배터리 ‘바스(BaaS : Battery as a Service)’ 사업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수리, 대여, 재사용, 재활용 등 배터리 생애 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사업 모델로 전기차 충전 솔루션과도 연계될 부분이 많다.
또 LG헬로비전은 환경부가 선정한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LG헬로비전이 보급하는 전기차 충전기에 LG전자의 솔루션까지 함께 판매되는 것도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가전회사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로 확장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LG전자는 LG그룹사와 시너지를 통해 전기차의 ‘배터리+모터+인포테인먼트’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향후 전기차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발맞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