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기득권화를 타파하겠다며 앞장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외쳤던 인물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지도부를 사퇴했는데 '차출'됐다고 하지만 조기복귀하는 모양새가 돼 부담을 안게 됐다.
▲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선거 패배를 책임지기 위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대표는 1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 송파구로 주소를 옮겼다고 밝히며 서울시장 출마를 시사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에 60일 이상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송 전 대표는 “주소 이전 마감 시한이 오늘이다”며 “법정 조건이 당과 지지자들의 판단과 결정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당과 지지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드리기 위해서 주소를 서울 송파구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 요구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제 개인의 정치적 진로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선 패배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아픔을 달래고, 어떻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고 말했다.
다만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대나 전략공천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당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라도 출마할 준비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남국 의원도 3월29일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1월25일 송 전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내 대표 86세대들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등 정치개혁·세대교체를 위한 용퇴론을 내놨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책임을 진다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서울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송 전 대표를 비롯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86세대 정치인들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책임지는 윤호중 의원부터 86세대로 분류되며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홍근 의원 역시 86세대 막내에 해당한다.
경기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조정식·안민석 의원과 제주도지사에 출사표를 낸 오영훈 의원, 원내부대표에 포함된 진성준·김정호·신정훈 의원 역시 86세대다.
반면 86세대 가운데 뒤로 물러나있는 정치인들도 없지는 않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3월21일 SNS를 통해 부산시장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우상호 의원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와 40년 지기 친구사이이지만 송 전 대표 서울시장 차출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3월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송영길, 우상호는 어쨌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들이다"며 "지금까지 역대 큰 선거의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가 바로 그 다음 선거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용퇴론을 외쳤던 민주당 86세대가 당의 핵심 요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이들을 대신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도 존재한다.
1996년생인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쇄신을 이끌 간판으로 발탁되기는 했으나 아직 세대교체를 이루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박 비대위원장이 정치계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당내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과 민주당은 2030세대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3월31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민주당에서 27세 여성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일이라는 것을 저도 안다"며 "제가 있으면서도 민주당이 바뀌지 않는다면 모두 제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이번 지선에서 청년 공천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공개오디션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