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이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구성하고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업체제를 구축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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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서 이른 시일 내에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장부품사업의 특성상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들도 이미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의 스마트화와 전장화 추세에서 IT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며 스마트폰과 같은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사업이 고객사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갖춘 만큼 시장진입이 어렵고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기술 확보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통신기술과 카메라, 센서 등 자동차에 적용되는 부품 기술력 자체는 갖추고 있지만 협력사를 확보하지 못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LG그룹 등 경쟁사보다 사업 출발 시점이 크게 늦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장부품을 시험해볼 만한 협력업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안 발표에서 전사조직인 전장사업팀 신설을 계기로 단기간 안에 전장사업에서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삼성전기의 전장부품과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통합해 LG그룹과 같이 전장부품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장사업팀이 신설된 후 지금까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구개발 청사진이나 계열사 간 협업계획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사업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본격적인 사업 진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아직 전장부품사업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것에 관해서는 알려진 소식이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점 개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경우 전장부품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아직 1%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와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이른 시일 내 눈에 띄는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세계 경쟁사들이 앞다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의 진출에 걸림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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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가 개발해 공급하는 자동차 전장부품. |
LG전자는 이미 자동차부품사업에서 계열사 간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미국 GM 등 대형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기술에서 중요한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퀄컴이 고성능의 통합반도체 신제품을 공개하며 앞서나가고 있어 후발주자로 시장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둔화하며 블랙베리와 애플 등 대형업체들도 점차 자동차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있어 삼성전자는 전장부품사업 진출이 늦어질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전장부품사업 육성에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전장부품사업에서 경쟁업체들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관련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등 더 공격적인 전략에 나서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