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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증시에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분석해 자산관리를 돕는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그런데 요즘처럼 하루에도 주가가 어지럽게 오르내리는 시장을 보고 있자니 문득 반대의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매수, 매도 버튼을 사람이 누르기 때문에 투자가 더 어려운 것 아닐까, 역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미래의 투자법이 아닐까, 하는.
시장에는 이미 자산배분부터 매수·매도까지 다 알아서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나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바탕의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 성향과 목표,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이런 신문물이 있는데도 아직까지 내 시간과 품을 들여 투자를 하다니. 지금의 투자방식이 뭔가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돈을 불리는 일에서야말로 ‘얼리어답터’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나보다 ‘똑똑한’ 현대 기술의 집약체로 효율과 더불어 수익률까지 높일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이쯤 되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황보람 미래에셋증권 로보자산관리팀 팀장을 찾아갔 물었다.
“로보어드바이저에 투자를 맡기면 사람보다 잘할 수 있나요?”
◆ 성실한 모범생 ‘로보어드바이저’, 주가·종목 예측 아닌 투자의 원칙을 지킨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내일 오를 종목이나 ‘필승 종목’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황 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를 둘러싼 가장 흔한 오해부터 짚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주가의 등락을 예측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목적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정보처리 능력과 이성적 판단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만들어진 서비스도 아니다.
사실 챗GPT에 투자 프롬프트를 잘 만들어 넣어 200%, 300% 수익률을 냈다는 커뮤니티 글들에 혹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을 가졌던지라 황 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괜히 ‘뜨끔’했다.
그렇다면 굳이 알고리즘에게 투자를 맡길 이유는 무엇일까.
황 팀장은 가장 큰 장점으로 원칙을 들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뉴스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른 편향적 판단이 아닌 원칙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입니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안해주는 서비스인 거죠.”
결국 로보어드바이저의 ‘이성적 판단’이 무기가 되는 지점은 종목 선별이나 시장 전망, 매수·매도 타이밍을 맞히는 능력보다 한번 정한 운용철학을 시장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수행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알고도 흔들린다.
대표지수를 꾸준히 사겠다고 결심했다가도 주변에서 반도체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바뀐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뒤늦게 따라 사고 싶고 급락장이 오면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온다.
황 팀장은 실제 주변에서도 올해 코스피가 크게 오르자 3월부터 반도체를 추격매수했다가 7월 조정장에서 큰 손실을 본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왜 투자했느냐고 물으면 결국 “돈이 될 것 같아서”라는 답으로 귀결됐다고 했다.
처음 세운 투자철학보다 당장의 수익률과 시장 분위기가 투자 판단을 지배한 셈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에는 이런 마음이 없다. 그냥 성실하게 데이터를 ‘공부’하고 시장의 흐름을 분석한다. 그리고 설정된 원칙에 따라 꾸준히 투자를 실행한다.
더 빨리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으로 묘수를 바라면서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족집게 과외’마냥 화려한 기술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교과서와 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했더니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뉴스에서만 보던 모범생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황 팀장은 재테크에 있어서 안정적 운용의 효과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모범적 투자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황 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면 절대 손실을 보지는 않는다거나 수익률이 좋아질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시장의 수익률을 좀 더 안정적으로 쫓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그래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 성과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7월 급락장의 데이터를 보여줬다.
황 팀장은 “미래에셋증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이용군은 7월 급락장에서 수익률 낙폭이 미가입자 고객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각 고객 성향에 맞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와 시장 현황 분석, 급등하는 테마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원칙 투자의 ‘안전장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 황보람 미래에셋증권 로보자산관리팀 팀장이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그런데 여기까지 듣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그럼 장기투자에 좋다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다른 점은 뭘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대표적 강점이 안정적 투자 포트폴리오 제공이라는 이야기에 자산배분형 상품인 TDF가 떠올랐다.
하지만 황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로보어드바이저와 TDF는 자산을 배분하는 기준과 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한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잔존기간보다 현재 시장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 안에서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찾는다. 시장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증시가 하락한다고 기계적으로 채권 비중을 늘리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어 2022년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함께 하락했을 때는 가장 공격적인 성장형 포트폴리오에서도 채권 비중을 80%까지 높인 적이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이 높더라도 주식에서 수익을 얻을 기회가 있다고 알고리즘이 판단하면서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갔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각 개인의 자산 규모, 운용 현황 등을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에서 같은 유형의 포트폴리오를 선택해도 가입시점과 납입액, 이전 리밸런싱 제안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각 고객의 현재 계좌 상태에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가입 계좌 수가 14만 개에 이르는데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은 이 고객들의 계좌를 모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재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와 비교한다.
그래서 같은 성장형 포트폴리오 고객에게도 누구에게는 100만 원 미만의 조정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고객에게는 800만 원가량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기존 상품을 모두 팔고 새 상품으로 바꾸는 대신 보유상품은 유지하면서 비중만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황 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두 번째 강점이 바로 고객 개개인의 현재 자산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각기 다른 자산배분, 비중 조절을 제안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가 투자 성향에 따라 몇 가지로만 나눠 있는 것 같지만 운용을 하면서 각 고객이 받는 자산관리 제안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나만의 프라이빗뱅커(PB), AI 비서가 알아서 자산을 관리해주는 투자생활을 그려볼 수 있었다.
황 팀장은 인터뷰 말미에 인덱스펀드의 창시자로 불리는 존 보글의 투자 격언을 내놓았다.
“Stay the course.(원칙을 고수하라)”
황 팀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라고 했다.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주식을 들고 버티라는 뜻은 아니다.
황 팀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원칙을 계속 고수하면서 시장에 머물러야 정확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7월 같은 시장을 겪으면서 투자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투자는 종종 마라톤에 비유된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에도 ‘페이스 메이커’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기록 욕심에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후반에 지쳐버릴 수 있다. 옆 사람이 앞서 나간다고 덩달아 속도를 올렸다가는 자신의 페이스를 잃는다. 반대로 가장 힘든 구간에서는 당장 멈추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온다.
정작 가장 어려운 것은 가장 빠르게 달리는 일이 아니라 내가 정한 속도로 끝까지 달리는 일인지 모른다.
10년, 20년,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이어가야 하는 투자는 더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면 AI 시대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보다 빨리 달려 결승선에 데려다주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로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왠지 어렵게 느껴지지만 똑똑한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 '채권' 투자에 관해 알아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