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태양광)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재무 부담 속에서도 미국 태양광 법인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현지 통합 생산기지 '솔라 허브'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지난 6월 준공한 통합 생산기지 태양광 셀 라인을 서둘러 완전 가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시점에 맞춰 생산 체계를 끌어올리는 데 승부를 거는 것으로 풀이된다.

▲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태양광)부문 대표이사 사장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미국 현지법인 한화큐셀USA는 9월29일(미국 현지시각) 4058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 대금은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중간지주사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가 납입했다.

한화큐셀USA는 증자 대금을 모두 운영자금으로 쓴다고 공시했다. 미국 태양광 사업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를 현금으로 회수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이 고려됐다.

한화솔루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큐셀USA를 비롯해 미국 태양광 법인들을 거느린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는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4992억6300만 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서 나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해 판매한 태양광 제품 금액만큼 AMPC를 제공한다. 다만 AMPC는 영업이익에 곧바로 반영되지만 이 권리를 팔아야 현금화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AMPC는 현금화까지 통상 1년 내외가 걸리지만 현재 지속해서 유동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양산을 시작한 뒤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솔라허브의 셀 생산을 맡은 카터스빌 설비가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완전 가동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를 통한 미국 현지법인 추가 자금 투입은 현지 공장 가동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증자는 또 미국 무역확장법에 따른 태양광 제품 최저수입가격제 시행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12월4일부터 수입 태양광 모듈에 와트당 0.38달러의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최저수입가격에 못 미치는 저가로 수입되는 중국산 수입 모듈 가격이 오르면 미국 현지 생산업체는 판매 가격을 끌어올릴 여지가 생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9월15일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현재 20센트 중후반인 미국 모듈 가격이 232조 시행 뒤 38센트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내 수입 태양광제품 가격 상승은 한화솔루션 등 미국 내 생산업체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연합뉴스>


박 사장으로서는 녹록지 않은 한화솔루션의 재무 여건 속에서도 우호적 태양광 정책을 활용해 사업을 키우고자 미국 현지법인에 투자금 추가 투입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12조7218억 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183.7%를 기록했다.

특히 카터스빌 공장 건설에 쓴 미국 에너지부(DOE) 보증 대출 약정에 따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6.5배 이하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미 상반기 말 이 배수가 7배를 웃돌았고 연말까지 낮추지 못하면 대출금의 조기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 1조171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다. 다만 조달 규모는 주당 가치 희석을 우려한 주주 반발 속 애초 계획했던 2조4천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만큼 자산 매각 등으로 부족분을 메웠다. 지난 9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 20.6%를 2998억 원에 처분하는 등 7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따로 마련했다.

애초 박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을 함께 챙기겠다는 뜻을 보였다. 박 사장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던 당시인 지난 4월1일 충북 진천공장에서 연 타운홀 미팅에서 "최근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해 재무구조 안정과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이번 미국 현지법인 추가 투자금 투입으로 태양광 셀 라인이 완전 가동에 이르면 솔라허브에서 늘어난 이익을 재무구조 개선에 보탤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29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MPC 규모가 3분기 2300억 원에서 4분기 31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카터스빌 공장이 완전 가동에 이르면 분기마다 1천억 원가량의 AMPC가 더해진다는 설명도 내놨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미국 솔라허브가 잘 운영되고 있다"며 "순차입금을 9조 원대로 맞추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을 지속하고 있고 자산 매각과 유동화 등을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