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5월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놀 페스티벌 미디어 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야놀자가 조만간 여행과 숙박업을 넘어 일반 기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솔루션 영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여행과 숙박 등 회사의 핵심 사업영역에서 공들여 확보한 AI 기술력이 회사의 저변을 넓히는 데 본격적으로 기여하게 되는 셈이다.

3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야놀자는 10월6~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AI 페스타 2026'에서 기업용 AI 통합 관리 솔루션 기술인 '에이먹스(Amux)'를 소개한다.

AI 페스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행사다. 올해 2회째인데 기업 216개곳이 부스 501개를 운영한다. 야놀자는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야놀자넥스트와 플랫폼 자회사 놀유니버스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통합 부스를 마련한다.

야놀자가 이번 행사에서 내놓는 기술은 여행 관련 기술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행 일정을 자연어로 구성해주는 서비스와 호텔 키오스크 등 기존 여행·숙박사업과 맞닿은 기술뿐 아니라 AI 음성 솔루션 '텔라'를 활용한 아파트 민원 안내 서비스도 전시한다. 여기에 야놀자넥스트가 최근 상표권을 출원한 에이먹스까지 처음으로 공개한다.

에이먹스는 기업에서 여러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보안 문제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업용 솔루션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에이먹스를 두고 "기업 내 AI 사용 시 요금 폭탄과 정보 유출 걱정을 줄여주는 기업용 AI 통합 관리 솔루션"이라며 "론칭 시점은 미정이나 AI 페스타에서 데모 버전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먹스가 주목되는 것은 야놀자의 AI 기술이 겨냥하는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야놀자는 그동안 기술기업을 표방해왔지만 사업의 중심축은 여행·숙박에 있었다.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은 숙박업체 운영을 돕는 데 사용됐다. 야놀자는 2025년 2월 오픈AI의 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 한국 출시에 참여했지만 이 역시 여행산업에 특화됐다.

반면 에이먹스는 특정 산업에 종속되지 않는 기업용 AI 관리 솔루션이다.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진다면 야놀자가 여행산업을 디지털화하는 데 활용해온 AI와 클라우드 역량을 일반 기업용 시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진 대표가 수년 동안 강조해 온 '기술기업 야놀자'의 범위가 여행 바깥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이 대표에게 AI는 단순히 여행상품을 추천하는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야놀자가 20년 가까이 여행사업을 하면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로 바꿔주는 핵심 도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야놀자는 소비자 대상 여행 플랫폼과 호텔 등 사업자가 사용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운영한다. 야놀자의 호텔 관리 시스템은 세계 200개 나라, 4만 곳 이상의 호텔·모텔·리조트에서 사용되고 있다. 객실 예약부터 배정, 체크인, 결제 등에 이르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처럼 여행산업의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야놀자의 AI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그는 9월 초 포브스아시아와 인터뷰에서도 야놀자가 여행산업 데이터를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 플랫폼과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결합하면 호텔 수익성을 높이고 여행객에게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야놀자의 AI 서비스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야놀자의 '와이프라이스(Y-Price)'는 호텔과 항공사 등 여행기업의 가격 결정을 돕는다. 과거 객실 점유율 등 데이터를 분석해 적정 가격을 추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검색량과 같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가격을 조정한다. 사람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던 작업 일부를 AI가 직접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 대상으로 개발하고 있는 'AI 놀리(NOLI)' 역시 숙박 예약부터 교통, 관광까지 여행 일정을 구성하고 개인 취향에 맞는 선택지를 제안하는 대화형 AI 서비스다. 이 대표는 여행객들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방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AI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사진)가 여행과 숙박에서 쌓아온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영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야놀자>


이 연장선에서 여행업을 넘어 AI 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일반 기업 대상으로 확장한다면 야놀자의 성장축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창립 21주년을 맞아 발표한 '야놀자 3.0'에서 AI를 향후 10년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았다.

야놀자 3.0의 핵심가치는 △고객을 향한 진심(Customer First) △기술을 통한 선도(Tech-Driven Innovation) △한 팀으로 일하는 조직(Together as One Team) 등 세 가지다. 특히 기술을 통한 선도를 두고 야놀자는 '압도적 AI 기술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시 "AI는 과거 모바일 전환기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게 산업의 표준을 바꾸고 있다"며 AI를 중심으로 야놀자의 사업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2020년대 들어 AI 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공을 들였다.

야놀자클라우드는 2021년 12월 AI 기반 애드테크 기업 데이블을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 거론된 투자 규모는 약 1천억 원으로 야놀자클라우드는 데이블 지분 약 50%를 확보했다. 데이블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자연어처리, 딥러닝 기반 개인화 기술을 야놀자의 글로벌 데이터 사업과 결합하기 위한 투자였다.

AI가 작동할 기반인 클라우드 사업에도 일찌감치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2021년 6월 '테크 올인' 전략을 내걸고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클라우드 사업을 야놀자의 새 성장축으로 키웠다.

실제 야놀자의 사업구조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1년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8.55%에 불과했지만 2022년 18.11%, 2023년 22.6%로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29.64%다. 여행 플랫폼에 의존하던 사업구조에서 기업용 솔루션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차 커진 것이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