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서버의 전력 사용량과 발열량도 높아지는 만큼, 냉각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와 냉각 시스템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냉각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의 수직계열화에서 차별점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I 발전에 따른 데이터 소비량, 컴퓨팅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데이터센터 시설 내 발열 제어가 중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5월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3700억 원)에 인수하며, 처음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뛰어들었다. 플랙트그룹은 액체 냉각으로 AI 반도체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 분배장치(CDU)'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랙트그룹은 약 24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광주사업장에 냉난방공조 생산라인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광주 생산라인은 2028년 초부터 가동되며, 플랙트그룹의 핵심 제품인 냉각수 분배장치를 비롯해 다양한 냉난방공조 장비를 생산하게 된다.
데이비드 도니 플랙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삼성전자 뉴스룸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2026년 설립 예정인 신규 생산라인은 미래 공장의 '표준 모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와 건물 실내 환경 관련 커다란 성장 기회가 보이는 인도, 미국 시장에서 신규 생산 시설과 현장 서비스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랙트그룹은 지난 12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연간 최대 6500대의 냉난방공조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LG전자는 이미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현재까지 수주액은 6천억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에는 엔비디아로부터 600킬로와트(kW)급 냉각수 분배장치의 최종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증은 대부분의 AI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되는 엔비디아 서버랙의 발열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2개의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데이터센터용 냉각시스템 수주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LG전자의 AI 데이터센터 냉난방공조 관련 수주는 올해 10월경 2조5천억 원 규모가 추가돼, 하반기 전체 수주 규모는 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칠러 중심의 냉난방공조 사업이 냉각수 분배장치·콜드플레이트·액침냉각 등 고부가 액체냉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되는 LG전자의 '냉각수 분배장치(CDU)'. < LG전자 >
냉동기·칠러, 공조기, 냉각수 분배장치(CDU), 냉각 시스템 제어 장치를 직접 설계·생산하는 데다 모터, 인버터, 압축기 등 핵심 부품까지 자체 생산해 냉각 시스템 전반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개별 장비가 아닌 통합 열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공급망 관리나 원가 절감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앞서 류재철 LG전자 대표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을 LG전자의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낙점했다.
류 사장은 "AI의 확대로 촉발되는 수많은 사업 기회 중에서 그동안 LG전자가 축적해 온 독보적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규모 있는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4대 영역에 집중하겠다"며 AI 데이터센터 냉각, 로봇, 스마트팩토리, AI홈을 핵심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냉각 시스템과 반도체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인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병목 가운데 하나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부족과 발열인 만큼,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회사가 동시에 냉각 시스템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액침냉각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서버 인프라를 플랙트그룹의 냉각 시스템과 함께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액침냉각이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에 서버를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는 지난해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커지고 있는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2024년 221억3천만 달러(약 30조8천억 원)에서 2030년 561억5천만 달러(약 78조3천억 원)로 연평균 16%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