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움직임과 관련한 노조의 거센 압박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가 본점 지방이전 반대를 위해 박 회장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산업은행이 금융 중심지인 서울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의 서울 잔류 최소화로 방향을 정하면서 산업은행 노사관계도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산업은행 본점의 지방이전 가능성에 대외 투쟁을 비롯해 총파업까지 동원한 강경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28일 금융산업노조 차원의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2차공공기관 이전 추진 상황을 주시하면서 별도 집회 등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산업은행 노조는 박 회장에게도 조직의 수장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박 회장에게 산업은행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과 정부에 직접 전달하고 이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한 구체적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서울 잔류 최소화’를 원칙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은행이 이전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4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놓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에 남는 것은 ‘제로’에 도전하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라며 “공공기관, 행정기관 모두를 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관은 다 내려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기관이 수도권에 남아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된다면 서울에 잔류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확정되기 전 의견 수렴 단계에서 기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해진 셈이다.
산업은행 노조가 이 시점에서 박 회장의 '취임 약속'을 다시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2025년 9월15일 취임식 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방이전 문제를 놓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박 회장은 “대통령이 산업은행 이전을 지난 정권의 '불가능한 약속'이라고 언급했고 나도 30여 년을 산업은행에 몸담은 사람으로 우리는 금융 중심지인 서울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토교통부의 이전 공공기관 대상 지정에서 산업은행이 해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제 부산 이전과 관련된 임직원의 갈등을 없애고 제자리를 찾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박 회장이 산업은행 역사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점은 이런 요구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박 회장은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산업은행 설립 71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회장에 올랐다.
전임인 강석훈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산업은행 노조는 본점 이전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과 집회 등을 이어갔고 조직과 인력을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전임 회장 임기 내내 사측과 충돌했다.
박 회장은 외부인사였던 전임 회장과 달리 오랜 기간 산업은행 내부에서 근무하며 조직의 사정과 부산 이전을 둘러싼 직원들의 반발을 직접 지켜본 인물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정부의 생산적금융 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정책금융기관으로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노조가 이전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운영을 통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미래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조는 본점 이전 논란이 다시 장기화하면 전문인력 이탈과 조직 혼란으로 정책금융 수행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전 정부에서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한 뒤 산업은행에서는 자발적 퇴사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인력 이탈 문제가 불거졌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만큼 직접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중앙대학교 법대 동기로 대학 시절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경쟁력과 전문인력 이탈 우려 등을 정부에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기관장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박 회장이 취임 당시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더라도 산업은행의 지방이전 제외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이 취임할 당시와 달리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더 이상 윤석열 정부의 지나간 정책 과제로 평가 받고 있지 않아서다.
이재명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균형발전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부산에서도 산업은행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 산업은행법 개정 문제도 변수다. 이전 정부에서는 당시 국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사실상 가로막혔지만 지금은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한다면 이전 정부 때보다 입법적 장애물이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노조와 국토부가 노정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토부에서는 이전 대상 여부 자체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면서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직원들이 회장을 믿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고 내부 출신 회장이 이 문제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직원들의 목소리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노조도 이를 반영해 회장을 상대로 더 강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산업은행 노조가 본점 지방이전 반대를 위해 박 회장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을 놓고 반대 행동에 직접 나서달라는 노조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은 2026년 1월2일 신년사를 하고 있는 박상진 회장. <산업은행>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산업은행이 금융 중심지인 서울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의 서울 잔류 최소화로 방향을 정하면서 산업은행 노사관계도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산업은행 본점의 지방이전 가능성에 대외 투쟁을 비롯해 총파업까지 동원한 강경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28일 금융산업노조 차원의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2차공공기관 이전 추진 상황을 주시하면서 별도 집회 등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산업은행 노조는 박 회장에게도 조직의 수장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박 회장에게 산업은행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과 정부에 직접 전달하고 이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한 구체적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서울 잔류 최소화’를 원칙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은행이 이전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4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놓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에 남는 것은 ‘제로’에 도전하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라며 “공공기관, 행정기관 모두를 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관은 다 내려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기관이 수도권에 남아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된다면 서울에 잔류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확정되기 전 의견 수렴 단계에서 기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해진 셈이다.
산업은행 노조가 이 시점에서 박 회장의 '취임 약속'을 다시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2025년 9월15일 취임식 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방이전 문제를 놓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박 회장은 “대통령이 산업은행 이전을 지난 정권의 '불가능한 약속'이라고 언급했고 나도 30여 년을 산업은행에 몸담은 사람으로 우리는 금융 중심지인 서울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토교통부의 이전 공공기관 대상 지정에서 산업은행이 해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제 부산 이전과 관련된 임직원의 갈등을 없애고 제자리를 찾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박 회장이 산업은행 역사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점은 이런 요구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박 회장은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산업은행 설립 71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회장에 올랐다.
전임인 강석훈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산업은행 노조는 본점 이전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과 집회 등을 이어갔고 조직과 인력을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전임 회장 임기 내내 사측과 충돌했다.
박 회장은 외부인사였던 전임 회장과 달리 오랜 기간 산업은행 내부에서 근무하며 조직의 사정과 부산 이전을 둘러싼 직원들의 반발을 직접 지켜본 인물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정부의 생산적금융 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정책금융기관으로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노조가 이전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운영을 통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미래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조는 본점 이전 논란이 다시 장기화하면 전문인력 이탈과 조직 혼란으로 정책금융 수행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전 정부에서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한 뒤 산업은행에서는 자발적 퇴사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인력 이탈 문제가 불거졌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만큼 직접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중앙대학교 법대 동기로 대학 시절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경쟁력과 전문인력 이탈 우려 등을 정부에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기관장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 한국산업은행 노조가 18일 성명서를 통해 박상진 회장에게 정부와 관계부처에 산업은행의 지방이전 반대 의견을 직접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박 회장이 취임 당시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더라도 산업은행의 지방이전 제외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이 취임할 당시와 달리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더 이상 윤석열 정부의 지나간 정책 과제로 평가 받고 있지 않아서다.
이재명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균형발전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부산에서도 산업은행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 산업은행법 개정 문제도 변수다. 이전 정부에서는 당시 국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사실상 가로막혔지만 지금은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한다면 이전 정부 때보다 입법적 장애물이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노조와 국토부가 노정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토부에서는 이전 대상 여부 자체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면서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직원들이 회장을 믿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고 내부 출신 회장이 이 문제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직원들의 목소리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노조도 이를 반영해 회장을 상대로 더 강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