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4대 성장엔진 '20조 베팅' 5년의 교훈, 이재현 신사업보다 '잘하는 것 세계로'에 힘 싣는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주요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1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6' 현장에서 이재현 회장(왼쪽 세번째)이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오른쪽 두번째) 등과 함께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 CJ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식품과 뷰티 등 이미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2022년부터 5년 동안 4대 성장엔진에 20조 원을 투자한 결과 새로 개척한 영역보다 기존 강점을 키운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볼 때 CJ그룹이 잘 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게 더 이득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일 CJ그룹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2022년 발표한 5개년 투자계획이 올해로 마지막 해를 맞았다.

CJ그룹은 2022년 5월 컬처(Culture)·플랫폼(Platform)·웰니스(Wellness)·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국내에 2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4대 성장엔진은 이재현 회장이 2021년 11월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중기비전이다.

구체적으로는 콘텐츠와 식품 등을 포함한 컬처에 12조 원, 물류·커머스 등 플랫폼에 7조 원, 웰니스와 서스테이너빌리티에 1조 원 이상을 배정했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역량과 미래형 식품, 물류·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생분해 소재 친환경바이오플라스틱(PHA) 등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와 친환경 소재 등 새로운 영역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찾는 '투트랙' 전략이었던 셈이다.

5년이 지난 뒤 현재의 성적표는 사업마다 엇갈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이 당시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던 사업 가운데 특히 성과가 두드러진 것은 CJ그룹이 기존에 보유한 경쟁력을 고도화하거나 해외로 확장한 분야다.

대표적 사례로는 CJ올리브영이 꼽힌다.

CJ올리브영의 매출은 2021년 2조2108억 원에서 2025년 5조8335억 원으로 4년 만에 2.6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쌓은 화장품 브랜드 발굴과 상품 소싱,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이 글로벌 K뷰티 시장 확대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도 지난해 역대 최대인 114억 달러(약 16조2천억 원)를 기록했다.

CJ올리브영은 이제 국내에서 검증한 사업모델을 해외로 직접 가져가고 있다.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첫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으며 북미에서 추가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CJ제일제당은 오랫동안 경쟁력을 축적해온 식품사업을 비비고 등을 통해 글로벌화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미국에서 만두를 중심으로 입지를 다진 뒤 김밥과 냉동밥, 소스, 면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으로 사업지역도 확대하고 있다.

K푸드 시장의 성장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2021년 85억6천만 달러(약 9조8천억 원)에서 2024년 99억8천만 달러(약 13조6천억 원)로 증가했다.

CJ대한통운 역시 기존 물류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확대에 대응해 통합 물류 서비스(풀필먼트)와 자동화·첨단 물류기술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물류사업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식품과 뷰티, 물류 모두 기존에 확보한 사업 경쟁력을 키운 뒤 더 넓은 시장으로 가져간다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반면 5년 전 CJ그룹이 기존 사업 바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 했던 사업들은 아직 그룹의 새로운 주력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분야가 웰니스다.

CJ그룹은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생태계) 전문기업 천랩을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로 회사 이름을 변경하고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CJ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까지 신약 상용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JRB-101의 개발을 임상 1상을 끝으로 중단하는 등 신약개발 전략도 조정하고 있다.

같은 해 인수한 네덜란드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사업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

서스테이너빌리티에서는 CJ제일제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생분해 소재 PHA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PHA를 빨대와 생활용품, 종량제봉투 등에 적용하며 사용처를 넓히고 있지만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한 가격 경쟁력과 시장 확대 속도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아직 식품이나 뷰티처럼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사업으로 자리잡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CJ 4대 성장엔진 '20조 베팅' 5년의 교훈, 이재현 신사업보다 '잘하는 것 세계로'에 힘 싣는다

▲ CJ그룹이 2026~2028년 모두 4조2천억 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CJ 더 센터 전경. < CJ그룹 >


물론 기존 주력사업이라고 모두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CJENM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했다.

CJENM의 매출은 2021년 3조5524억 원에서 지난해 5조1345억 원으로 약 45%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69억 원에서 1329억 원으로 55.2% 감소했다.

피프스시즌이 인수 이후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콘텐츠 제작비 증가 등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CJENM은 최근 외형 확대보다 피프스시즌 실적 개선 등 수익성 회복과 사업 효율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5년의 성적표를 놓고 보면 CJ그룹은 새로운 산업에서 제2, 제3의 성장축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에 따라 그룹의 향후 성장전략에서 검증된 사업의 글로벌 확장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이 올해 초 내놓은 투자계획을 봐도 무게중심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CJ그룹은 올해 국내에 1조5천억 원을 투자하고 2028년까지 3년 동안 모두 4조2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5년 전 투자계획에서 여러 미래 성장영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역 생산·물류 거점 확대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가 전면에 나왔다.

다만 CJ그룹은 두 투자계획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예전에는 5년, 10년 단위로 장기계획을 발표했지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제 3년 단위의 중기계획도 길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비전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최근 특히 힘을 싣고 있는 것도 CJ그룹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의 글로벌 확장이다.

CJ그룹은 현재 약 8조 원인 미주 지역 매출을 2028년 12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식품과 콘텐츠, 뷰티, 물류 등 미국에서 확보한 사업 기반을 서로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북미 사업의 '2단계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장의 최근 현장경영에서도 이러한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올해 5월 미국 주요 사업장을 점검한 데 이어 3개월 만인 8월 다시 미국을 찾아 K푸드와 K뷰티, 콘텐츠 사업 현장을 직접 살폈다.

이 회장은 “30년 전 ‘문화가 미래산업’이라는 믿음에서 CJ그룹의 문화사업이 출발했듯 이제 콘텐츠·푸드·뷰티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