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이 초과 현금의 100%를 주주들에 환원하는 정책으로 2년에 걸쳐 최대 4천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대응 압박을 키울 수 있다. 마이크론 기업로고 및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의 주주환원 규제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정책을 강화하며 주가 부양에 속도를 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의 뒤를 따라 2027년부터 현금 배당과 주식 소각 등 계획을 더 공격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마이크론이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은 곧 주주들에게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이 12월부터 약 2년에 걸쳐 3천억~4천억 달러(약 403조~537조 원)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는 투자기관 캔터피츠제럴드의 전망이 근거로 제시됐다.

캔터피츠제럴드의 C.J. 뮤즈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2027년 1500억 달러(약 201조 원), 2028년 1820억 달러(약 244조 원)에 이르는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마이크론이 9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예고한 만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현금을 사실상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027년 1분기(2026년 9~11월) 중 목표한 수준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발생하는 초과 이익은 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전했다.

뮤즈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2026년 12월부터 곧바로 공격적 수준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며 투자 수요가 이에 맞춰 강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모간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주가 상승에 촉매제로 지목했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주주환원에 미국 정부의 제약을 받았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2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12월에 해당 조치의 기한이 만료되는 만큼 마이크론이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현금 배당도 대폭 확대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려 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은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2026년에 벌어들인 623억 달러(약 84조 원)의 잉여현금흐름만 자사주 매입에 활용해도 전체 발행주식의 약 5%를 사들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로고. <연합뉴스>

3천억~4천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실제로 매수한다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크게 줄어들어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이크론이 외신과 증권가의 예상대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실행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주환원 확대에 재차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따른 효과를 공유하는 만큼 초과 이익을 주주들에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를 계기로 한층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미 2026년에 역대 최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들에 환원한다는 정책에 따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2027년도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도 2025년~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들에 환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 정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이후 주주환원 정책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초과 현금의 100%를 주주들에 돌려주는 방향으로 기준점을 대폭 상향해 시장의 기대치를 더욱 높일 공산이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샌디스크 역시 투자 뒤 남는 초과현금의 100%를 주주들에 환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자연히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최근 보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이 서로를 넘어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 대상에 오르며 점차 딜레마를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사실상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월 중 콘퍼런스콜을 열고 3분기 실적 및 4분기와 내년 사업 전망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과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