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지은 W컨셉 대표이사가 해외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29CM 등 주요 여성패션 플랫폼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오프라인 사업에서는 이들보다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지은 W컨셉 대표이사(사진)가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W컨셉이 오랜 기간 구축한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경쟁력으로 해외 무대에서 새 기회를 발굴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9일 국내 주요 여성패션 플랫폼 4곳의 상황을 종합하면 W컨셉은 연간 거래액이 가장 작지만 최근 세계 4대 패션위크 현장에서 팝업 행사를 여는 등 해외 사업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W컨셉은 현재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 인근에서 국내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75곳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행사는 9월30일부터 10월12일까지 약 2주 동안 진행되며 파리패션위크 기간과 맞물려 열렸다.

파리패션위크는 뉴욕·런던·밀라노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로 꼽히며 마지막 순서로 열려 영향력이 큰 패션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며 글로벌 패션 흐름을 가늠하는 무대인 만큼 바이어와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이목도 집중된다.

W컨셉은 이 시기를 활용해 입점 브랜드의 글로벌 노출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W컨셉이 해외 현장에서 국내 브랜드를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리 행사 직전인 9월10일부터 23일까지는 미국 뉴욕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이 역시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진행됐다.

다른 주요 여성패션 플랫폼의 해외 진출 현황과 비교하면 W컨셉은 현지 오프라인 판로 개척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는 그동안 온라인 사업과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판로를 넓혀왔다. 두 플랫폼은 동대문 상품을 떼다 파는 중소형 쇼핑몰 등 이른바 '소호(소규모 및 1인 패션 사업자)' 패션을 주요 성장 기반으로 삼아왔다.

에이블리는 일본에서 현지 패션 플랫폼 '아무드'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도 과거 일본과 북미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2023년 11월 종료했다.

해외 오프라인 접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에이블리의 아무드는 올해 9월 일본 현지 패션행사에 참여해 K패션 상품을 소개한 바 있다. 29CM 역시 자체적으로 해외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화한 사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W컨셉이 비교적 빠르게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배경에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오랫동안 핵심 상품군으로 키워온 사업 구조가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상품 기획과 디자인을 주도하며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내세우는 중고가 패션 브랜드를 뜻한다.

W컨셉은 2006년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하는 사업에서 출발해 여성 컨템포러리 패션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구축해왔다.

이들 브랜드는 자체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 가격대를 갖추고 있어 개별 브랜드 단위로 해외 소비자와 패션업계 관계자에게 소개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패션위크 기간 여러 국내 브랜드를 하나의 K패션 브랜드군으로 묶어 선보이는 방식과도 잘 맞는 것으로 전해진다.

W컨셉 관계자는 "패션위크에 출품할 만한 역량을 갖춘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많이 입점해 있어 유럽이나 미주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며 "(W컨셉의) 글로벌몰 매출 추이를 봐도 아시아보다 서구권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더 높다"고 말했다.

W컨셉으로서는 이런 강점을 해외 사업으로 연결해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의 외형 차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5년 연간 거래액은 △에이블리 2조8천억 원 △지그재그 2조 원 △29CM 1조3천억 원 △W컨셉 650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거래액만 놓고 보면 W컨셉이 주요 경쟁사보다 작지만 해외 사업을 새로운 경쟁축으로 키울 경우 차별화된 성장 경로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 W컨셉은 9월10일부터 23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K패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행사는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진행됐다. < W컨셉 >


W컨셉이 신세계그룹 계열사라는 점은 해외 사업 확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번 뉴욕과 파리 팝업 역시 W컨셉이 신세계백화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정부사업의 틀 안에서 추진됐다. 다만 팝업의 구체적인 기획과 운영은 W컨셉이 전담해 신세계백화점과 별도로 진행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W컨셉은 올해 4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신세계백화점의 글로벌 유통 플랫폼 '하이퍼그라운드'와 손잡고 K패션 브랜드 쇼케이스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이 산업통상부·코트라의 '2026년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 수행사로 선정되면서 해당 정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행사다.

앞서 신세계백화점과 W컨셉이 공동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한 만큼 앞으로도 그룹의 해외 유통 기반이나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해 해외 접점을 넓힐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하이퍼그라운드의 해외 활동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K뷰티의 팝업 행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 유럽과 북미,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추가 팝업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에게는 W컨셉이 오랫동안 쌓아온 컨템포러리 브랜드 경쟁력에 신세계그룹의 해외 사업 기반을 더해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경쟁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W컨셉의 성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패션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LF와 코오롱FnC 등 패션기업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패션 전문가다.

다만 패션은 체형과 취향, 계절성 등에 따라 시장별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해외 사업이 단기간에 실적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이 대표가 뉴욕과 파리 등 해외 현장에서 확보한 관심을 글로벌몰의 지속적인 거래와 입점 브랜드의 실제 해외 판로 확대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