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CEO가 개인정보 유출 여파와 인천 물류센터 화재 등으로 올해 9개월 동안 앞선 3년 치 영업이익의 90%에 해당하는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마케팅비 축소와 물류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올해 3개 분기 연속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2023~2025년 동안 벌어들인 3년 치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까먹었다는 점이 전략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일 쿠팡Inc의 2026년 3분기 실적발표 자료와 콘퍼런스콜 내용을 종합하면 김범석 의장은 핵심 쇼핑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회사의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올해 3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쿠팡의 실적이 개선돼 2027년 중반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의장이 내세운 수익성 회복 방안은 고객 재유치를 위해 추가로 투입했던 마케팅비를 줄이고 물류망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질의응답에서 고객을 되찾기 위해 늘렸던 마케팅비를 이미 줄이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비용 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김 의장이 수익성 회복 계획을 내놓은 데는 쿠팡의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쿠팡은 올해 1~3분기에 영업손실 1조7815억 원을 냈다. 쿠팡은 영업이익으로 2023년 6752억 원, 2024년 6224억 원, 2025년 6752억 원을 냈는데 3년치 영업이익의 90.3%를 올해 3개 분기 만에 까먹은 것이다.
대규모 적자에는 개인정보 유출 여파와 일회성 비용이 함께 작용했다.
2025년 11월 공개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고객 이탈과 구매 감소로 기존 물류망의 비용 부담이 커졌고 고객을 되찾기 위한 마케팅비도 늘었다. 여기에 올해 2분기에는 개인정보 관련 과징금 5853억 원이, 3분기에는 인천 물류센터 화재 관련 비용 3540억 원이 반영됐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수익성 악화는 뚜렷하다.
과징금과 화재 관련 비용을 제외한 올해 1~3분기 영업손실은 8422억 원이다. 3분기만 보더라도 영업손실 6424억 원 가운데 화재 관련 비용을 제외한 손실이 2884억 원에 이른다. 1년 전 3분기에는 영업이익 2313억 원을 기록했다.
비용 증가 속도도 매출 증가 속도를 앞질렀다. 올해 쿠팡Inc의 연결기준 영업비용은 누적 기준으로 40조7842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 36조220억 원보다 13.2% 증가했다. 과징금과 화재 관련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영업비용 증가율은 10.6%로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6.3%를 웃돈다.
수익성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은 물류시설의 처리능력과 실제 주문 수요 사이의 불균형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이전 예상했던 고객 수요를 기준으로 물류 인프라를 확보했지만 실제 주문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고정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김범석 의장은 4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물량이 회복되면 공급망의 차질이 정상화되고 올해 놓쳤던 물량 기반 비용 절감 효과도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지표에서는 회복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제품커머스(로켓배송과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로켓그로스 등 핵심 사업) 부문의 로켓배송 활성고객은 2520만 명으로 1년 전 2470만 명보다 2% 증가했다.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가입자 수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활성고객 1인당 매출은 약 47만4천 원으로 1년 전 약 46만1천 원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아직 돌아오지 않은 고객들이 남아 있으며 새로 유입된 고객들은 구매 초기 단계에 있어 기존 고객보다 구매액이 적다고 분석했다. 고객 수가 늘어나더라도 전체 구매액과 물류망 가동률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 소방관들이 7월21일 오전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은 추가 마케팅비의 효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비용 축소 근거로 제시했다.
김 의장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확대된 마케팅비는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이탈한 핵심 와우멤버십 회원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고객 재유치를 위해 늘린 마케팅비의 추가 효과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고 있다"며 "이미 마케팅비와 고객 재유치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구매를 늘리기 위한 상품 경쟁력 강화는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의장에 따르면 3분기 로켓배송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종류는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고 로켓프레시의 주문 물량은 제품커머스 전체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와우멤버십 회원이 패션 상품을 7일 동안 착용해 본 뒤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새롭게 도입하기 시작했다.
물류망에서는 자동화 설비를 활용한 비용 절감도 추진하고 있다. 쿠팡은 3분기 물류센터 포장 작업에 인공지능(AI) 카메라를 도입해 수작업 스캔을 줄이고 주문 상품에 맞춰 포장 크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설비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4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연결 매출은 환율 영향을 제외하고 1년 전보다 13~14% 증가하고 조정EBITDA(상각전영업이익) 이익률은 3분기보다 0.5~1.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의장은 수익성 악화 요인에 대해 "이들 요인은 일시적이며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핵심 쇼핑사업의 조정EBITDA 이익률이 2027년 중반에는 개인정보 유출 이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성장사업부문의 투자 부담은 김 의장의 수익성 회복 구상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쿠팡이츠, 일본 로켓나우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의 3분기 조정EBITDA 손실은 384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9% 축소됐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2.8% 확대됐다. 쿠팡Inc는 대만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반영해 올해 성장사업의 연간 손실 전망도 높였다.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 역시 1년 전 1조8101억 원 흑자에서 5839억 원 적자로 전환된 만큼 국내 핵심사업의 비용 절감 효과가 실제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중요한 확인 대상이다.
김 의장은 "우리는 장기적인 수익을 명확하게 기대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며 "고객을 쿠팡으로 끌어들이고 계속 이용하도록 하는 데는 고객 경험이 가장 큰 역할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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