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우철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 대표이사(롯데마트·슈퍼 대표) 사장이 베트남에서 경제적 수요 심사를 면제받는 일본 이온그룹의 공격적인 출점에 대응해 신규 점포의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베트남 정부의 대형마트 출점 규제가 일본 기업에게 보다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일본 유통기업 이온은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는데 이 전략에 날개가 달린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차 대표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데 경쟁사의 투자 속도가 빨라진다면 기대했던 만큼의 신규 점포 출점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베트남 마트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차우철 대표가 추진하는 베트남 점포 확대 전략은 한국과 일본 기업의 출점 규제 차이가 명확해진 가운데 일본계 유통기업의 공격적인 확장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두 나라 기업의 규제 차이는 경제적 수요 심사(ENT)에서 비롯된다.
ENT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첫 점포 이외의 소매점포를 추가할 때 지역의 수요와 기존 유통시설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영업하는 기존 소매점과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 신규 점포의 필요성,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
베트남 정부가 10월18일부터 시행한 시행령은 국가 간 무역협정에 따른 ENT 면제 조건을 명문화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국인 일본의 적격 투자자는 ENT를 면제받지만 한국계 롯데마트에는 기존 심사가 적용된다.
일본계 기업이 먼저 영업을 시작한 상권에 롯데마트가 뒤이어 진출한다면 기존 경쟁점의 존재와 지역 수요가 ENT 평가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롯데마트로서는 실제 매장 운영에서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허가 단계에서도 신규 점포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2030년까지 베트남에 점포 9곳을 추가한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출점에 적용되는 규제가 강화되거나 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 유통기업이 상대적으로 간소한 허가 절차를 바탕으로 신규 상권에 먼저 진출한다면 롯데마트가 이후 같은 지역에서 점포를 열더라도 애초 기대한 매출을 확보하는 데 부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은 이온과 베트남 대형마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2026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대형마트 시장의 매출 점유율은 롯데쇼핑이 15%, 이온이 13%였다. 이온은 주요 대형마트 사업자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기업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온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그 어느 때보다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온은 5월 발표한 중기경영계획에서 동남아시아 투자금의 약 60%를 베트남에 배분하기로 했다. 중소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현지 소매점포망을 2030회계연도(2030년 4월1일~2031년 3월31일) 말까지 30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온은 베트남에서 주거지역에서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중소형 슈퍼마켓 '맥스밸류'와 롯데마트처럼 식품·의류·생활용품 등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대형마트 브랜드 '이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300곳 확대 목표에는 맥스밸류부터 이온까지 포함됐다
이미 공격적 출점은 현실화하고 있다.
이온은 올해는 다낭과 하이즈엉, 타인호아, 하롱 등 4개 지역에서 신규 쇼핑시설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월 개점한 타인호아 쇼핑몰에는 약 1만300㎡(약 3115평) 규모의 이온 직영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11월14일 공식 개장하는 하롱 쇼핑몰에도 약 8200㎡(약 2480평) 규모의 대형마트가 입점한다.
▲ 롯데마트가 9월16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롱에서 복합쇼핑센터 착공식을 열었다. <롯데마트·슈퍼>
이온과 롯데마트가 같은 상권을 공략하는 대표적 사례는 베트남 북부 꽝닌성 하롱의 바이짜이 지역이다.
바이짜이는 하롱만을 끼고 관광시설과 주거단지,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이다.
이온은 하롱 쇼핑몰의 주요 고객층을 자동차로 30분 안에 방문할 수 있는 상권의 약 40만 명으로 설정했다.
롯데마트 역시 바이짜이 지역에 신규 점포를 준비하고 있다. 2019년 현지 개발사와 사업 협약을 맺은 뒤 올해 9월 착공했으며 2027년 하반기 개점을 목표로 한다. 이온이 1년가량 먼저 영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사업적으로 이온이 먼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쇼핑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롯데마트에 변수다. 이온이 해당 지역에서 고객의 방문과 구매를 꾸준히 끌어낸다면 롯데마트는 후발 점포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품 구성과 가격, 고객 유치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마련해야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기업이 전통시장 주변을 포함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점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NT를 면제받더라도 토지이용과 도시계획, 건축, 소방, 교통안전 등 관련 법규를 충족하고 점포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망에는 공안부와 국방부의 추가 검토가 적용될 수도 있다. 다만 한국계 기업에 적용되는 지역 수요와 기존 상권 영향에 대한 별도 ENT 평가가 일본계 기업에는 요구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차 대표는 2025년 12월 파트너사 간담회에서 해외사업 확대를 주요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베트남 하롱점 착공도 신흥 경제·관광 성장지역으로 점포망을 확대한다는 차 대표의 경영 방향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의 설명이다.
롯데마트의 베트남 사업은 해외 할인점 사업의 수익성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롯데쇼핑의 2026년 상반기 베트남 할인점 매출은 2489억 원, 영업이익은 28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매출은 16.5%, 영업이익은 39.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9.7%에서 11.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할인점 사업의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93.6% 감소했다.
한국 기업의 ENT 심사 의무가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이 참여한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는 ENT를 전면 철폐한다는 약속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8일 연내 CPTPP 가입 신청을 추진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며 26일 농어민과의 대화에서는 "제 임기 안에 최종 타결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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