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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김용원 이근호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10-1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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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 2023년 9월22일 대만 타이베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물 산업 박람회 'TIWW2023'이 개최됐다. 행사장 입구의 조형물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타이베이=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이근호 기자] “당연하죠. 당장 바깥의 날씨를 보십시오.(웃음)”

캐나다 수처리 전문기업 이온엔터프라이즈의 조너선 거(Jonathan Gur) CEO는 “기후변화가 물 관련 산업에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농담 섞인 대답을 내놓았다.

9월22일 대만 타이베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TIWW(Taiwan International Water Week, 대만 국제 물 주간) 행사장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7분 남짓한 시간은 대만의 폭염을 실감케 했다.

타이베이 현지인도 올해는 무더위가 유달리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만의 폭염은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뭄과 연관이 깊다. 기후변화가 평균 기온을 꾸준히 높이는 동시에 태풍이 몰고 오는 비구름도 줄어들어 수자원 부족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조너선 거 CEO는 “대만에 가뭄과 같은 리스크가 늘어나다 보니 물과 관련한 기술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 조너선 거(Jonathan Gur) 이온엔터프라이즈 CEO. <비즈니스포스트>
TIWW는 아시아의 3대 물 산업 박람회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두고 매년 개최되고 있는 행사다. 정부 산하 대만무역청이 주관하며 현지 기업은 물론 전 세계 관련업체와 기관이 참여한다.

올해 열린 TIWW 행사의 주제는 ‘물 재사용’과 ‘스마트워터 기술’ 두 가지로 구성됐다. 그만큼 수자원 모니터링과 재활용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주로 폐수 처리와 재활용, 물 사용량 실시간 모니터링, 빗물 포집 등 주로 수자원을 절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과 솔루션, 장비 등을 선보였다.

수처리 기술 전문기업 지셩시예(集盛實業) 홍보담당자는 “2021년 가뭄 이후 수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며 전자 및 화학업계와 협업 기회가 늘었다”고 말했다.

바닷물을 공업용수 및 식수로 가공하는 해수담수화 기술을 선보인 미국 플루언스는 하나의 기기로 하루 최대 1만 명 분량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비를 전시했다.
 
[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 지셩시예(集盛實業)가 전시장을 통해 선보인 멤브레인 필터 및 기술 안내.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TIWW 전시회에 참가한 대만 및 세계 기업은 110곳이 넘는다. 대만의 물 부족 위기가 관련 업체들에는 그만큼 중요한 사업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물 산업 박람회를 통해 사업 기회를 창출하려는 기업들뿐 아니라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 대만 지방정부 및 연구기관도 대규모 전시장을 꾸렸다.

특히 타이베이 시정부와 대만 국책 연구기관 ITRI(공업기술연구원)의 부스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타이베이 시정부는 “시민들이 재활용수를 포함한 재사용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의 수동적 대응 방식을 능동적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 린옌위 국립 가오슝과학기술대 부교수(오른쪽)와 타이페이 시정부 관계자. <비즈니스포스트>
이러한 설명과 함께 전시된 타이페이 시정부의 여러 노력은 도로와 공원을 활용한 빗물 흡수 시스템, 대형 건물의 물 사용량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으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타이베이시는 보도블럭 또는 가로수 아래의 땅에 특수한 소재를 활용해 빗물 등을 흡수한 뒤 저장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스펀지 시티’를 소개했다.

이러한 기술의 소개를 맡은 린옌위(林彥宇) 국립 가오슝과학기술대(NKUST) 부교수는 “수자원 절약은 탄소중립 달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물을 추출하고 운송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린 부교수는 타이베이시가 2021년 가뭄을 겪은 뒤 지하 파이프라인을 대거 교체해 물이 누수되는 것을 막으며 올해 들어 가뭄 피해를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는 성과도 전했다.

타이베이시 소속 엔지니어 샤오공시엔(邵功賢)은 현재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 설치가 의무화된 물 사용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는 “무선통신 기반의 사물인터넷 시스템으로 여러 건물의 물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기록해 분석하며 수자원 사용량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 타이베이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무선통신 기반 실시간 물 사용량 모니터링 시스템.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국책연구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ITRI)는 전시부스를 통해 해수담수화, 폐수 처리 및 정화, 재사용 등에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정부 과제 및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ITRI는 반도체기업 TSMC 공장에서 쓰이는 산업용수 재활용에 관련한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TSMC가 대만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물 사용량도 그만큼 많기 때문에 수자원 부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이다.

치우셩이(邱聖壹) ITRI 연구원은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TSMC와 공동으로 오래 전부터 수처리 기술에 관련한 연구를 해 왔다”며 “이를 통해 꾸준한 성과를 내 왔다”고 말했다.

TSMC에 따르면 현재 대만 내 사업장에서 수자원 재활용률은 9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현장] 워터리스크가 대만에 물 산업 기회 열었다, 물 박람회에 세계기업 집결
▲ 치우셩이 공업기술연구원(ITRI) 소속 연구원. <비즈니스포스트>
대만에서 수자원 절약과 재활용이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이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대만과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의 침공 위협을 방어하는 데도 중요한 ‘실리콘 방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 ‘100년 만의 가뭄’으로 불리는 기후위기가 2021년부터 본격화되며 다른 제조업과 농업, 국민의 일상 생활까지 위협하고 있어 대만의 물 산업은 계속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중앙정부 또한 ‘미래기초건설계획’이라는 인프라 개선 사업을 2025년 8월까지 진행하며 1939억 신대만달러(NT, 약 8조760억 원)를 물 관련 산업에 투자한다. 

TIWW 주최측은 이번 행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물 관련 기술을 모아 수자원 관리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중요하게 주목받는 흐름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대만 물 산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경제 성장 기회를 찾고 이와 동시에 워터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해법을 찾으려는 대만 정부의 의도도 엿볼 수 있었다.

TIWW 주최측은 “수자원 관리와 오염 방지, 안전한 물 공급과 재사용 및 보호에 힘쓰는 것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물 관련 문제에 대응을 강화하는 동시에 뛰어난 사업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전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 및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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