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및 넷제로(Net Zero)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관련 자산 규모는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녹색연합히 3월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삼척블루파워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2022.3.18<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및 넷제로(Net Zero)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관련 자산 규모는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은 13일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금융 현황을 분석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 가운데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편’ 보고서를 먼저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공적, 민간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설문조사 방식으로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대출, 채권 및 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900억 원 감소한 56조5천억 원으로 조사됐다. 56조5천억 원 가운데 공적금융의 규모는 35조7천억 원, 민간금융의 규모는 20조8천억 원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 규모는 석탄 관련 기업이나 프로젝트 관련해 보험을 통한 보장한 금액인 부보금액 39조5천만 원을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다. 부보금액을 따로 분석하는 별도의 보고서는 내년 1월 중 발간된다.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의 수는 104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석탄 자산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원인은 탈석탄 선언 이전에 체결한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약정액 인출과 한전채 투자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규모는 2017년 5850억 원과 비교해 2019년에 2조8천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건설 중인 강릉안인, 삼척 등 국내 석탄발전소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베트남 붕앙 2호기 등 해외 석탄발전소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은 약 10조 원, 아직 인출되지 않은 약정액도 4조 원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한전채 투자 급증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석탄 투자 규모가 지난해 1년 동안의 석탄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전은 화석연료 기반 전력 판매 비중이 크므로 한전채는 기후 리스크가 매우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리스크 관리체계 변화에 한전채 투자가 금융기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간 금융기관 가운데 지난해 대비 석탄 금융 잔액이 1천억 원 이상 증가한 금융기관 수는 DB손해보험, NH농협은행, 교보생명 ABL생명보험, 롯데손해보험, 서울보증보험, DB생명보험, 코리안리재보험, 하나은행 등 9곳이다.
▲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금융 잔액 규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이 13일 공개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 가운데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대출, 채권 및 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900억 원 감소한 56조5천억 원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19년 중반부터 석탄 투자 규모를 앞지른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 말 기준으로 7조2200억 원으로 석탄 투자 규모 5조5400억 원보다 1.3배 많다.
다만 세계의 투자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3670억 달러로 석탄 등 화석연료 전체 투자 규모인 1190억 달러의 3.1배에 이른다.
양이원영 의원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미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은 다소 더딘 모습”이라며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추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의 녹색투자 강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탈석탄 금융 자산군 범위를 석탄발전소 건설 관련 뿐만 아니라 석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기업의 매출 비중, 설비, 생산량 등을 지표로 석탄 투자 배제 또는 유의기준을 마련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석탄 기업에 대한 관여활동(engagement) 또는 투자 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석탄 매출 비중으로 석탄 투자 배제기준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관은 AIA생명, 삼성화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4곳에 불과하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규제 강화 및 탄소 가격 상승이 명백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본연의 업무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자산의 기후 리스크 노출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 목표와 이행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