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사 검증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인사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탈락하면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에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9일 “국민연금 쪽에서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자의 승인 요청을 해야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아직 승인 요청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승인 요청이 들어오면 다음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공모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제청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선임이 이뤄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현재 기금운용본부장 후보를 대상으로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17년 7월21일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임한 뒤 새로운 인사를 찾지 못해 11개월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비어있다.
국민연금은 2월 중순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시작해 4월 후보자를 곽태선 전 베어링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투자운용부장 등 3명으로 압축해 인사 검증을 진행해 왔다.
애초 곽 전 대표가 유력하고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까지 알려졌으나 최근 평판조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후보자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주 이사장이 곽 전 대표를 제외한 후보군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임하는 방안과 재공모를 진행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자 검증 작업이 길어지면서 5월부터 재공모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여건을 살펴볼 때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를 진행하는 일은 김 이사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7월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방향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도입 초반 기금운용본부장이 새로운 제도의 운영강도 등을 놓고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재공모를 하면 공모 공고부터 기금운용본부장 선임까지 최소 2달 이상 걸리는 만큼 7월 안에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위상이 예전 같이 않은 상황에서 공모가 한 번 어그러진 만큼 재공모에 경쟁력 있는 인사가 지원할지도 불투명하다.
물론 기금운용본부장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국민연금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능한 인사를 찾기 위해 재공모를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이사장이 17일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일 처음 도입한 영국 등으로 유럽 출장을 떠난 것을 놓고 기금운용본부장을 해외에서 찾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후보군에 없는 인사를 새롭게 기금운용본부장에 선임하려면 국민연금은 재공모를 진행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공모와 관련해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며 “재공모를 하게 되면 별도의 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마친 뒤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검증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재공모와 관련한 추측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도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