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2026년 3분기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연간 순이익을 증가세로 돌려놓았다.

상반기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던 부담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으로 덜어낸 것이다. 최근 은행권 해킹 공격에서도 정보유출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실적 반등까지 더해지면서 정 행장의 연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연임에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분기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1조27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증가했다.

KB국민은행(14.8%)과 하나은행(14.0%), 신한은행(12.5%)의 순이익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며 누적 순이익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줄었지만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누적 순이익이 2조4006억 원으로 4.7% 증가했다.

정 행장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부통제와 자본 건전성에 더해 실적 개선까지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그룹의 자본비율 개선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산 재편에 주력해왔다.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줄이는 한편 제조업과 첨단산업 등으로 자금 공급을 늘리는 생산적 금융에 힘을 실었다.

이에 우리은행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2025년 1분기 13.50%에서 이번 3분기 15.80%로 크게 개선됐다.

다만 상반기까지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 회복이 주된 과제로 남았는데 이 역시 3분기에 증가세로 돌아세운 것이다.

우리은행은 3분기 실적 반등을 이룬 가운데 기업대출에서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넓혀온 흐름이 확인된다.

우리은행의 제조업 대출은 정 행장 취임 전인 2024년 말 37조1699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44조4889억 원으로 7조319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42조8956억 원에서 34조8609억 원으로 8조347억 원 감소했다.

이에 전체 기업대출에서 제조업 비중은 24.1%에서 28.4%로 높아졌고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27.8%에서 22.3%로 낮아졌다. 취임 전 부동산임대업에 더 많이 공급됐던 자금의 무게중심이 제조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올해 제조업 대출 증가율도 지난해 말 대비 12.1%로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 5.6%를 웃돌았다. 제조업 대출 증가액은 4조7982억 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 8조2410억 원의 약 58%를 차지했다.

제조업 대출 확대는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편중을 낮추고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기업의 투자·생산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출 구성을 다변화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정 행장은 기업대출 확대와 함께 기업고객의 사업 단계에 따른 금융 수요를 확보하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신설한 기업승계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기업승계지원센터는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역량을 결합해 재무구조 분석부터 승계 구조 설계, 금융상품 연계까지 지원한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조달과 인수금융, 기업주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며 기존 기업고객과의 관계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려는 전략에서다.

개인금융에서는 삼성월렛 머니와 티켓 플랫폼 ‘투더문’ 등으로 일상 속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삼성월렛 머니는 이달 27일 기준 유효 가입자 300만 명을 넘어섰다. 충전계좌 가운데 우리은행 계좌 비중은 42%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삼성월렛 머니를 중국 위챗페이와 전 세계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외 결제 서비스를 확대했다. 별도의 현지 결제 앱을 설치하거나 사전에 환전할 필요 없이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정 행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해외 결제 경험을 소개하며 서비스의 편의성을 알렸다. 결제 편의성과 혜택을 높여 이용자를 확보하고 우리은행 계좌 이용을 늘려 주거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정 행장이 올해 초부터 강조해 온 고객 기반 확대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고객과는 승계 과정까지 거래를 이어가고 개인고객과는 일상적인 결제 접점을 늘려 지속적 금융거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 정 행장이 28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삼성월렛 머니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실적 반등에 더해 최근 해킹 공격에 대한 보안 대응도 정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실을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주요 은행에서 해킹에 따른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며 은행장의 보안 관리 책임이 부각됐지만 우리은행은 이번 공격에 따른 정보유출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 행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피해가 없었던 데 대해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하루 200건 이상의 해킹 공격에 직원들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행장은 앞으로도 확대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7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제는 지금까지 다져온 고객 기반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외형만 늘리는 영업이 아니라 고객과 거래를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진성 영업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