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IHI가 제작한 비등수형원자로(BWR)용 원자로 격납용기. <IHI>

[비즈니스포스트]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원전 시장에서 일본 원전 기자재 제조업체 IHI와 주기기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일본 매체 보도가 나왔다.

IHI가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원전 기업과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점을 앞세워 해외 원전 수요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IHI는 미국과 유럽의 신규 원전 건설 수요에 대응해 향후 3년 동안 200억 엔(약 1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IHI는 지난 5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6~2028(2026년 4월~2029년 3월) 3개 회계연도 동안 원자력과 항공기 엔진 등 분야에 6500억 엔(약 5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00억 엔을 원전 기기 생산 설비에 투입하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를 통해 IHI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등 원전 핵심 설비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IHI는 요코하마 공장에 자동 용접 설비를 도입하고 로봇과 인공지능(AI) 활용을 검토 중이다. 효고현 공장 일부도 원자로 부품 생산 시설로 전환해 제조 거점을 늘린다.

1853년 도쿄 이시카와지마 조선소로 출발한 IHI는 항공기 엔진, 우주·방산, 원전 주기기 제조 등 에너지 설비, 교통·사회 인프라, 산업기계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 중공업 업체다.

닛케이아시아는 IHI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고객으로부터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HI는 웨스팅하우스와 GE버노바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자와 노리아키 IHI 에너지 사업 총괄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 원전용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발주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IHI가 해외 원전 시장에서 한국 두산에너빌리티와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원전 수출을 국가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와 부품 제조 예약 계약을 맺는 등 현지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작은 규모로 설계해 주요 설비를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원전 설비를 수출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사토 레이 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일본 기업의 원전 산업 경쟁력은 실적과 공급 능력”이라며 “유럽과 미국 원전 사업자들이 오랜 거래 관계를 맺어온 일본 업체의 설비를 선택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