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의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 홍보영상 일부. <마이크론>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더 속도를 내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완화되며 업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떠오르자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 우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 전문지 블록스앤파일스는 “마이크론이 기존에 계획하던 낸드플래시 기술 발전을 한 단계 뛰어넘으며 반도체 성능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콧 드보어 마이크론 최고 기술 및 제품 책임자(CTPO)는 21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주요 반도체 제품 설명회에서 10세대 낸드플래시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현재 276단 3D낸드 적층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9세대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하며 300단 이상의 10세대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10세대 제품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대신 2027년 하반기부터 400단 이상의 11세대 제품을 출시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드보어 CTPO는 “인공지능 시장에 최적화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10세대 다음 11세대 제품 출시를 결정했다”며 “기술적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8월 미국 메모리반도체 전시회에서 400단 이상의 적층 기술을 갖춘 10세대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 양산 시점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도 같은 행사에서 375단 3D낸드 기반의 10세대 제품을 공개하고 2027년 초부터 양산 계획을 제시했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서나가려면 4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10세대 제품 상용화를 과감히 생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2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이 중장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투자은행 DA데이비드슨의 분석을 전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드슨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제품 설명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두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낸드플래시와 D램, HBM 등 인공지능 시장에서 핵심으로 자리잡은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품에 마이크론의 경쟁력과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방어 능력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 마이크론의 HBM4 고대역폭 메모리 홍보용 이미지.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이번 행사에서 HBM의 기술 발전 로드맵도 발표했다. 현재 생산하는 HBM4에 이어 2027년 HBM4E, 2028년 HBM5, 2029년 HBM5E와 2030년 HBM6 양산 일정이 공개됐다.

2028년부터는 메모리반도체를 인공지능 프로세서 옆에 배치하는 대신 수직으로 함께 쌓아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는 vHBM을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투자전문지 타이거브로커스에 따르면 증권사 JP모간도 보고서를 내고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 로드맵은 명확하고 미래지향적”이라며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계속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9세대 낸드플래시에서 11세대로 건너뛰는 제품 전략과 차세대 HBM의 개발 목표에도 긍정적 평가가 제시됐다.

JP모간은 특히 마이크론이 낸드플래시 기술 발전 성과에 힘입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HBM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26년 들어 전례 없는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상위 기업은 물론 CXMT나 YMTC를 포함한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마저 강력한 업황 호조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기업들의 수익성 부진이나 재무 부담, 인공지능 서비스 수요 위축과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반도체 판매 증가세가 예상보다 일찍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메모리반도체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 우위가 실적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DA데이비드슨은 마이크론이 업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해자’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 설득한다면 기업가치도 크게 재평가받을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해자는 성벽 주변을 둘러싼 연못을 뜻한다. 마이크론의 기술 역량이 외부 업황 변화나 경쟁사들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DA데이비드슨은 이번 보고서에서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3천 달러로 제시했다. 22일 종가인 856.49달러와 비교해 25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바라본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