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2028년 3월로 연장될 전망이다. 최 대표가 남은 임기동안 HMM 본사의 부산 이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회사 민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최 대표의 두 번째 임기 최대 과제는 부산을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부산 본사 시대’를 안착시키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직 노동조합과의 부산 이전 조건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하고, 부산 북항 지구에 랜드마크급 본사 건립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HMM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오는 11월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2027년 3월 만료 예정이었던 최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 1년 연장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며, 무난하게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HMM 측은 “대주주(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측의 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라 이사회가 최 대표 연임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지난 2025년 3월 대표로 발탁된 뒤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사업 체질 개선에 성과를 낸 점이 연임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 대표가 부임한 2025년 초 세계 컨테이너선 해운 시장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은 아니었다.
당시 선사들이 2020년대 초반에 발주한 컨테이너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하며, 향후 컨테이너선 시장은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운임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 시행한 보편 관세로 미국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했다.
HMM이 소속된 해운협의체 ‘디 얼라이언스’에서 독일 하팍-로이드가 이탈, 덴마크 머스크와 ‘제미니 협력’으로 묶이고 남은 선사 3곳이 2025년 2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재출범하는 등 해운 동맹 구도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시기였다.
이같은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최 대표는 취임 후 실적 측면에서 글로벌 선사 가운데 최상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고, 올해 중동정세 불안정에도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증권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HMM은 2026년 연결기준 매출 13조2173억 원, 영업이익 1조959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2025년과 비교해 매출은 21.4%, 영업이익은 34.1% 증가하는 수치다.
최 대표는 부임 이후 총 12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사업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냈는데, 이 같은 중장기 계획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그의 연임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HMM은 컨테이너선 선대 운영을 ‘허브 앤 스포크’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중소형 컨테이너선(피더선, 1000~3000TEU급)을 2025년 3월 12척에서 현재 42척으로 늘렸다.
허브 앤 스포크는 주요 거점 항만을 오가는 원양 노선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거점 항만과 인근 소규모 항만을 오가는 지선에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는 선대 운용 방식이다.
또 벌크 부문(컨테이너선 제외 모든 선종)의 경우 선대 규모가 2025년 3월 44척에서 현재 60척으로 증가했고, 기존 건화물선(철광석, 석탄, 곡물 운송), 유조선(탱커) 위주에서 가스선, 자동차운반선, 다목적선 등으로 선종이 다양해졌다.
그 결과 벌크 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9613억 원, 영업이익 2394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1.3%, 영업이익은 249.5% 늘었다. 장기 운송계약 중심으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기에도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연장된 1년 임기 동안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른 체질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부산 본사 시대’를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전재수 부산시장은 부산을 해양산업의 메카이자 북극항로 시대에 핵심 항구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HMM의 본사 이전은 이 같은 구상의 일환이다.
▲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올해 4월30일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에서 노사 '본사 부산 이전' 합의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HMM >
HMM 노사는 지난 4월30일 합의에 따라 기존 서울 본사 근무자들의 세부 이전 조건을 놓고 협의하기로 했으나, 아직 합의안을 마련하진 못했다.
HMM 사무직 노동조합은 부산 본사 이전에 대해 ‘생활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성철 HMM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측과는 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 사안은 사측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해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의 협상과 별개로 HMM은 최근 부산으로 근무지 이전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다.
부산 북항 지구에 랜드마크급 사옥 건립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도 최 대표의 과제다. HMM은 신사옥을 완공하는 2030년에는 부전동 임시 사옥에서 신사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부지면적, 층수, 투자금액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5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사옥 규모가 60~70층급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대표가 부산 이전을 안착시키며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HMM 지분 매각을 당장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진 않으며, 부산 이전이 완료된 다음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를 겪던 HMM에 총 4조2천억 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두 기관은 지난 2021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HMM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 합산 7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1일 종가 기준 두 기관이 보유한 HMM 지분의 단순 가치는 15조4천억 원에 이른다. 신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