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고온에도 주요국 지도자 기후총회 대거 불참, 무관심에 기후위기 가속화된다

▲ 셀레스테 사울로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왼쪽)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기상기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인 고온 현상으로 대변되는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기후대응을 향한 정치적 관심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 세력들이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각)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온 관측 역사상 두번째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세계 지표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2도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록이 확정되면 2023년, 2024년에 이어 이상고온 현상이 3년 연속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202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2023년에 발생한 엘니뇨에 기온상승이 가속도가 붙으면서 1.4도를 넘어서더니 2024년에는 1.5도 벽을 사상 최초로 깼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해역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발생하면 세계 기온을 높이는 경향을 보인다.

셀레스테 사울로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이 전례없는 고온 현상과 지난해의 기록적 온실가스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제는 지구 기온상승을 일시적으로 1.5도를 넘기지 않고는 세계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올해 관측 결과가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023년에 준하는 기록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기상기구는 고온상태가 일상화되면서 올해 발생한 홍수, 산불, 폭염, 폭풍 등 각종 재난이 계속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기온상승 추세가 심각한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정작 기후대응을 향한 전 세계 정치권의 관심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각) BBC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주요국 지도자들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모두 불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NHK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참석하지 않는다.

COP30은 브라질 벨렝에서 10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이례적 고온에도 주요국 지도자 기후총회 대거 불참, 무관심에 기후위기 가속화된다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의 에밀리오 골디 박물관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전 행사를 찾아 청소년 기후 리더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11월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과 비교하면 참석자 수가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것이다.

COP28 때는 영국, 프랑스, 독일, 튀르키예, 일본,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10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했었다. 미국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이 고령을 사유로 불참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나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부터 참석하는 지도자들이 눈에 띄기 줄기 시작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극우 성향의 정치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COP29 개최 기간 도중에 자국 대표단을 독단적으로 철수시키기도 했다.

COP30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BBC와 인터뷰에서 "기후대응을 향한 정치적 지지가 약화되고 있다"며 "해당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영국 국내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사안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그러한 공감대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 지도자들은 기후대응을 향한 정치적 지지가 약해진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올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BBC를 통해 "우리는 가짜뉴스를 조작하고 지구온난화로 변질된 지구에서 미래세대들이 살아가는 것을 방치하려는 극단주의 세력이 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악시오스를 통해 "오늘날의 기후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와 파리협정 의제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협정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례적 고온에도 주요국 지도자 기후총회 대거 불참, 무관심에 기후위기 가속화된다

▲ 6일(현지시각)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막전 행사에 참석해 루이스 이나시우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가 정치적 문제로 기후대응을 두고 분열된 가운데 기후변화는 이미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며 인류 생존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카베 자헤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및 환경 사무국장은 "전 세계 기아인구가 7억 명에 달하는 것의 핵심 원인은 기후위기"라며 "이미 전 세계 농경지의 3분의 1이 어떤 식으로든 기상재난에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식량농업기구는 기후변화로 세계 식량체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후대응 자금의 약 4%만이 식량체계 개선과 기후적응에 쓰이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각) 유엔뉴스를 통해 "1도 이상으로 오르는 모든 기온 수치는 더 많은 기아, 이주, 손실을 야기하며 특히 이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 더 집중된다"며 "지구온난화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 지도자들의 도덕적 실패이자 치명적 태만"이라고 비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