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타이슨 푸드의 소고기 브랜드 브라젠. '더 나은 소고기, 더 나은 지구', '기후 친화적' 등의 홍보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타이슨 푸드>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육류기업들은 온실가스인 메탄(CH
4)을 덜 배출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생산한다고 주장하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반박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아 광고에 활용해 소비자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합다디'와 미국 최대 육류 가공 업체 '타이슨 푸드' 등 일부 육류기업들이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비판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인 ‘환경워킹그룹(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탄소 중립적 제품이라는 일부 회사의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이 주장들은 보통 검증할 수 없는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온실가스 관련 정보를 전부 공개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이들 기업의 제품에 친환경 인증을 해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업은 정부 인증을 바탕으로 그린워싱, 즉 친환경 제품이 아닌 물건을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허위광고 및 과대포장을 할 근거를 확보하는 셈이다.
'합다디(hopdoddy) 버거 바'가 한 예다.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46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이 업체는 식단을 조절하고 분뇨를 처리하는 방법을 변경해 소가 내뿜는 메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합다디가 소고기를 사오는 '포스 오브 네이처 미트' 라는 업체는 소에 풀을 먹여 키우는 방식으로 미 정부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합다디는 이 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방식으로 기른 육류로 만들었다'고 홍보하면서 일반 제품보다 평균 4달러(약 5330원)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이 제품에는 토양와 대기의 상태를 회복한다는 의미로 ‘재생 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 입 먹을 때 마다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도 뒤따른다.
환경워킹그룹의 대정부 업무 담당 수석부대표이자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 교수인 스콧 파버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기업들이 이러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하는 동안 규제 당국은 그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육류 기업도 그린워싱이 의심되는 홍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널드와 버거킹, 월마트 등 대형 푸드체인에 고기를 납품하는 '타이슨푸드'가 기후 친화적이라고 홍보하는 '브라젠(Brazen) 비프'는 충분한 과학 데이터 없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육류 검사를 담당하는 농무부(USDA)는 타이슨 푸드가 고용한 탄소회계 감사원이 “이 회사의 소들은 업계 평균보다 10% 적은 양의 메탄을 배출한다“고 전한 주장에 근거해 친환경 인증을 수여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회계 기준을 세우는 국제 이니셔티브인 ‘온실가스 프로토콜 이니셔티브(GHG Protocol)도 소개됐지만 이 또한 불충분한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 터프츠 대학교에서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윌리엄 무마 명예교수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이런 조직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바꾸지 않은 채 기후변화를 해결했다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 포획(capture)당해 힘을 잃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힙다디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챈들러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우리는 그린워싱을 피하고 싶다, 기업이 주장하는 내용에 근거를 댈 수도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