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지원 불가를 결정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이유를 들었는데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놓고도 이런 말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결정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30일 한진해운 추가지원 불가결정을 한 뒤 “정부가 그동안 밝힌 구조조정 원칙에 한진해운의 자구안과 경영정상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추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으로 비쳐볼 때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행에 대한 추가지원을 놓고도 고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에 지금까지 4조2천억 원 규모를 지원했다. 앞으로 1조 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하는데 자금을 집행할 시점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 순손실 1조5천억 원 정도를 내면서 부채규모가 이익잉여금을 넘어서 자본금보다 커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31일 대우조선해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두단계 내렸다. 대규모 손실이 거듭돼 실적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본잠식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추가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규모와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불가결정에서 확인됐듯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론적 입장으로 강경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1조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해도 대우조선해양의 존립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계속 나오는데다 대우조선해양 현직 경영진조차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산업은행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에 1조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대우조선해양이 손을 더 벌리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 회장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회장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막대한 지원을 놓고 서별관회의 청문회까지 여야가 합의한 상황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한진해운 추가지원 불가결정을 내린 배경에도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서별관회의 청문회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을 계속 느슨하게 놓아두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전망이 어둡고 경영비리 논란도 일어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으로서는 추가적인 자금지원에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