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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CDP 수 암스트롱 브라운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이빨"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10-18 1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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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CDP 수 암스트롱 브라운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이빨"
▲ 영국 기반 비영 국제단체 'CDP'에서 ‘환경 영향 및 사고 리더십(Envirmental Impact and Thought Leadership)’ 글로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수 암스트롱 브라운(Sue Armstrong brown) 박사. CDP는 세계적으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과 물 정보 공개를 주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싱가포르=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 움직임에서 기업을 향한 정보공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공시를 위한 기준이 마련되는 가운데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영역을 탄소배출량 외에도 물, 플라스틱 등으로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물’은 홍수, 가뭄 등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인류에 전하는 매개체이자 인간의 생존부터 산업 생산까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탄소배출량 공시를 주도했던 세계적 비영리단체인 'CDP' 역시 기업의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물 경영 수준을 평가하는 ‘워터 시큐리티(Water Security)’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CDP는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 주도로 주요 상장 혹은 비상장 기업에 기후변화, 물 안정성, 산림자원, 생물다양성 등 환경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미화 110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590개 이상의 기관 투자자들이 CDP와 협력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9월12일 싱가포르 CDP 사무실에서 수 암스트롱 브라운(Sue Armstrong Brown) 박사를 만나 CDP의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CDP 한국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현정 연구원은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는 영국의 환경 과학자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기여한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이라며 "현재는 영국의 CDP 본부에서 ‘환경 영향 및 사고 리더십(Envirmental Impact and Thought Leadership)’ 글로벌 디렉터로 CDP 내 환경 실무팀을 총괄하고 조직의 사명, 가치 및 전략을 옹호하는 리더십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는 CDP의 워터 시큐리티(Water Security) 프로그램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터 시큐리티'는 원래 물 안보를 뜻하는데, CDP한국위원회에서는 한국 현실에 맞춰 '물 경영'이라고 해석한다. 

“CDP는 20년 전부터 기후(Climate) 정보공개를 시작해 왔고 이후 물과 산림(Forests)으로 정보공개의 영역을 확장했다.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은 CDP의 정보공개 프로젝트에서 두 번째로 큰 영역이고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 관련 수자원 정보공개 플랫폼으로 매우 중요하다.”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는 기업에 물 관련해 특정 행동을 요구하기 보다는 정보공개의 틀에 집중해 공개된 정보의 활용 범위가 넓다는 점을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의 주요 장점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CDP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의 중요한 점은 물과 관련해 기업에게 기준을 설정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관리 수준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집중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과 투자자 모두를 고려해 설계됐고 도시 및 지역 관련 정보공개도 다루고 있어 다루는 영역이 매우 포괄적이다.”

CDP의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발적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임에도 2022년에 세계적으로 3909곳의 기업이 응답할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다.

응답 건수는 최근 5년 동안 85% 증가했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성장이 예상된다.
 
[인터뷰] CDP 수 암스트롱 브라운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이빨"
▲ 2015년부터 2022년까지 CDP의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에 응답한 기업 수를 나타낸 그래프. 주황색 막대는 정보공개를 요청 받은 기업의 수, 청색 막대는 응답한 기업 수, 선 그래프는 응답률. < CDP >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는 워터 시큐리티의 응답 건수를 놓고 양적 증가와 함께 ‘금융기관의 참여’가 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봤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물 관련 정보의 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세계 주요 금융기관 275곳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금융기관의 응답 건수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은 결국 산업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금융권 내에서도 기관의 성격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을 마주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한 쪽보다는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쪽일수록 세계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 역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기관 응답자를 살펴보면 은행과 자산 운용사가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자산 소유자, 보험사 등 순이다. 흥미로운 패턴이다. 금융기관의 정보공개가 늘면서 포트폴리오 평가 등에서 물 경영 관련 목표를 도입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으면 한다.”

CDP는 이미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공개 움직임을 주도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에게 탄소배출량 공개는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진 개념이다.

하지만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는 물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일은 탄소배출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일보다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은 탄소보다 훨씬 복잡하다. 물은 부족해도, 많아도 문제이고 양적 문제는 물론 질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국가 혹은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흐르기도 한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각각 다르며 관련 정보를 금융기관이 활용하기도 더 어렵다. 각국 정부의 규제 환경과 나라 사이 이해관계 역시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물 관련 정보를 다루는 데는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 ”

‘기업의 부담’ 역시 정보공개 확산에 중요한 걸림돌이다. 탄소배출량 정보공개의 의무화를 앞두고 물, 플라스틱, 산림 등 환경은 물론 지배구조, 인적 다양성 등 ESG의 전 영역에 걸쳐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정보공개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암스트롱 브라운 박사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일리가 있다고 보면서도 정보공개의 확산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경영공시처럼 기업이 새롭게 지켜야 할 기준 혹은 업무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밝혔다.

“기업의 부담 문제는 CDP도 논의하고 있는 사항이다. 기업에 복잡한 정보의 공개가 요구됨에 따라 당연히 대응이 필요하고 역량과 전문성까지 요구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부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주관적(subjective)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공개 요구는 기업을 향해 정부, 금융기관을 비롯해 사회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의 수요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이것이 부담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경영 관행(business practice)의 하나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해 볼만한 질문이지만 한쪽에만 답을 맡길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물은 기후변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반드시 기업들의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할 영역이다.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가장 먼저 받아들인 분야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의 이빨’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는 가뭄, 홍수 등 물을 통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에서 기업들이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한 뒤 그 결과를 실제로 사업 계획에 반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면서 그는 정보공개로 인해 일어나는 기업 변화 효과를 강조했다. 

한국을 향해서는 다양한 기업과 분야에서 물 관련 정보공개가 확산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정보공개를 보면 흥미로운데, 대부분 응답이 제조기업에서 나왔다. 물론 한국이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잘 만드는 나라라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물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중요한 물질이라는 점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다양한 부문에서 정보공개가 증가하기를 바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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