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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이 뜨거워진 지구, 의외의 용의자는 '깨끗해진 공기'와 '해저화산'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8-10 14: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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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이 뜨거워진 지구, 의외의 용의자는 '깨끗해진 공기'와 '해저화산'
▲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탈황 설비 의무화, 저황유유 사용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조치들이 지구를 데우는 데 일조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사진은 대형 선박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모습. <해양경찰청>
[비즈니스포스트] 지구의 온난화 추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외에 지구를 달구는 요인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의외의 요소들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최근 지구의 온도 상승에는 온실가스 배출 등 알려진 사실 외에 다른 요인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된 요인이 화석연료 사용 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고 올해 들어서는 엘니뇨의 발달도 영향을 줬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의 지구 온도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카를로 부온템포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 국장은 8일 올해 7월이 역대 가장 더운 달이었다고 발표하며 “우리가 보고 있는 현재 지구의 온도 상승은 기후변화와 엘니뇨 그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해상운송 규제로 ‘깨끗해진 공기’가 거론된다.

마이클 다이아몬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교수는 ‘깨끗해진 공기’를 놓고 “아마도 주요 용의자(probably the prime suspect)”라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상운송에 따른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선박 연료에 황 성분의 함량을 규제하는 등 해상운송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황의 양을 줄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례 없이 뜨거워진 지구, 의외의 용의자는 '깨끗해진 공기'와 '해저화산'
▲ 구름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반사해 온도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한다. 사진은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 <미국 항공우주국(NASA)>
문제는 대기 중으로 배출된 황이 결과적으로 지구의 온도는 낮추는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황은 대기 중에서 수증기 등과 결합하며 구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름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반사하는 효과가 있어 지구 기온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대기로 배출되는 황의 양이 줄면 그만큼 구름의 양이 적어지게 되고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의 양도 많아지게 된다.

대기 중 황 성분에 따른 지구 냉각 효과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담긴 ‘온난화 기여도’ 평가 내용을 보면 이산화황, 질소산화물의 1850~1900년 대비 2010~2019년 온난화 기여도는 섭씨 –0.6도다. 지구 온도를 0.6도 더 낮췄다는 의미이며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의 온난화 효과인 섭씨 0.5도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대기과학자 위엔톈러의 연구결과를 보면 해상운송 규제 이후 북대서양, 북태평양 등 일대에서는 실제 구름의 양이 줄어든 것으로도 파악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해상운송 규제에 따른 황 배출 감소에 따른 영향을 놓고 “이번 세기 중반까지 섭씨 0.1도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며 “북대서양과 같이 해상운송이 빈번한 지역에서는 온도 상승 효과가 5~10배 더 강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전례 없이 뜨거워진 지구, 의외의 용의자는 '깨끗해진 공기'와 '해저화산'
▲ 2022년 1월 통가 해저화산 분화 당시 촬영된 위성 사진. <연합뉴>
지난해 1월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통가 훙가통가섬 인근 해저화산 폭발 역시 올해 지구 온도 상승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화산 폭발은 지구 대기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지만 온도를 낯추는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1991년에 발생한 필리핀 루손섬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의 영향을 보면 막대한 양의 화산 분출물이 두꺼운 구름을 만들었다. 당시 생성된 구름으로 루손섬 일대는 36시간 동안 암흑 상태에 놓일 정도였다.

후속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이 2.5% 감소해 1991~1993년 사이 지구 온도는 평균 섭씨 0.5~0.6도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통가 화산은 온실가스인 수증기를 1억6500만 톤 배출한 반면 이산화황을 55만 톤 배출했다. 통상적인 화산폭발과 비교하면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배출했으면서도 황과 같은 구름 생성 물질은 적게 배출한 것이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대기학자인 홀저 보멜은 통가 화산 폭발로 배출된 수증기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섭씨1도의 기온 하락 혹은 섭씨 1.5도 기온 상승 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통가 화산 폭발로 배출된 수증기의 영향은 아직 눈에 띄지 않으나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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