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의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혁신 의지를 밝힌 것은 카카오그룹이 처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의장이 대대적으로 카카오를 쇄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듯 보인다.
김 의장은 카카오그룹 전략과 관리를 위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와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구축하고 대표체제도 상호견제의 성격이 강한 공동대표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가능한 단독대표로 바꿔 쇄신에 힘을 실었다.
이 영향으로 남궁훈 단독대표 내정 발표일인 20일 카카오 주가는 2.1% 올랐지만 그 후 3일 연속 하락했다. 남궁 대표 내정 발표 직전일인 19일에 9만400원이었던 주가는 25일 8만7600원으로 4영업일 동안 3.1% 빠졌다.
최근 증시 전반이 위축된 상황인 것도 있지만 김 의장이 내놓은 카카오 쇄신 계획만으로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 논란으로 높아진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를 향한 부정적 시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급조한 상생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을 받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와 갑횡포 논란 등 카카오가 기존 대기업집단의 나쁜 사례를 답습한다는 시선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김 의장은 지난해 9월 앞으로 5년 동안 3천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카카오와 계열사들이 연말까지 상생기금 관련 세부 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해를 넘겨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쇄신안과 함께 발표된 카카오그룹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재검토 계획과 관련된 애매한 태도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쪼개기 상장'과 관련해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을 세우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존에 공개된 일정을 무조건 미루거나 물리겠다는 것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기업공개 전략을 되돌아보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상장 자회사로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쪼개기 상장은 상장회사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증시에 상장하는 것으로 지배주주에게는 유리하지만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김 의장의 쇄신 의지가 미덥지 않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발표된 쇄신안을 두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카카오, 이마트 등에 전문경영인 공익이사를 추천하고 문제이사 해임과 회사·주주가치 추락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 본인이 탈세 혐의로 고발당한 것도 그가 내놓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의지를 무색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김범수 의장의 탈세 혐의와 관련한 고발장을 제출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타 대표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카카오는 쇄신으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하려 했지만 김범수 의장 본인의 탈세 혐의가 불거지면서 이 노력의 빛이 바래진 셈이다.
투기자본감시센타는 지난해 12월27일 경찰청에 김 의장과 그의 처남 등을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자본시장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기업회계기준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김 의장이 100% 주식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3639억 원, 김 의장이 5224억 원의 양도세를 탈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장이 카카오그룹의 쇄신을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를 넘기 위해서는 본인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