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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강당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임영록 회장이 ‘KB금융의 인수합병 저주’ 풀기에 도전하고 있다. LIG손해보험, 아주캐피탈, KDB대우증권 등 인수합병시장에 나온 대형매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임 회장이든 KB금융이든 이 매물은 이들에게 승부처다.
KB국민은행은 이제 더 이상 리딩뱅크라고 말하기 어려운 처지다. 모바일금융 쪽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부문의 실적을 이전처럼 만들어내기 어렵다. 결국 비은행부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임 회장 개인적으로도 M&A는 절실한 과제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부터 비은행부문의 인수합병을 통해 KB금융의 위상을 찾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을 놓고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에게 패배했다. 이제 더 이상 밀릴 수가 없다. 여기에서 밀리면 미래가 보장되기 힘들다.
KB금융은 그동안 인수합병 경쟁에서 잇따라 실패했다. 그래서 KB금융은 ‘인수합병의 저주’에 걸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인이 없는 지배구조가 걸림돌이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이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최근 이사회를 개편하고 조직을 장악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이 절박한 이유
임 회장은 지난해 1월 신년인사회에서 향후 증권사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여전히 인수에 목마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목마른 이유는 물론 은행 위주의 실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KB금융은 2011년 수익의 86% 가량을 국민은행에 의존했는데 지난해 의존도가 65%로 급감했다. 국민은행이 KB금융 전체에서 차지하는 총자산의 비중이 76%인 점에 견줘보면 수익성이 한참 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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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18일 '반성속의 새출발, 위기극복 대 토론회'에 참여해 결의문을 적고 있다.<뉴시스> |
KB금융은 금융지주 중에서도 은행 쏠림현상이 가장 심하다. 이 때문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바꿔야 하는 게 임 회장의 핵심과제다.
KB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28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당기순이익이 8천4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나 줄었다. 예금에서 수익을 내는 전통적 은행의 영업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기존 비은행 계열사의 영업력을 키우는 것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비은행부문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카드사 영업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카드는 잇달아 터진 고객정보 유출사고로 3개월 영업정지를 받았다. 업계는 국민카드의 올해 실적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은 임 회장의 경영능력을 점치는 잣대가 됐다. KB금융의 오랜 숙원인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임 회장은 KB금융그룹의 실적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잡고 자신의 입지도 굳건히 할 수 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인수대상을 놓고 저울질을 해왔다. 임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보고 맞는 곳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은행부문 인수는 인수 후 업계에서 순위가 3위 이내로 진입할 수 있을 경우에 효과가 있다. 은행부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인수합병으로 비은행부문까지 흔들리게 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LIG손해보험 손에 쥘 수 있을까
임 회장은 손보업계 4위인 LIG손해보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자는 롯데그룹, 동양생명-보고펀드, MBK파트너스, 중국계 푸싱그룹으로 확정됐다.
임 회장에게 가장 강력한 적수는 롯데그룹이다. 롯데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약 3%에 불과하다. LIG손해보험을 얻게 되면 14%로 껑충 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에 이어 단숨에 3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롯데손해보험은 입찰에서 가장 많은 5400억 원을 써냈다. 그만큼 인수의지가 강하다. 신동빈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의 몸집을 성공적으로 불린 경험도 많다. 오너다 보니 배팅도 할 수 있다.
KB금융은 4200억 원을 제시했다. 롯데그룹보다 불리하다. 오너십이 취약해 배팅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둘 다 LIG손해보험이 기대하는 6천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LIG손해보험 인수에 ‘돈’이 최대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20%를 보유한 LG일가는 인수후보들의 제안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매물을 거둬들이려고 한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도 인수 후보자들에게 “최저가격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청했다.
KB금융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수가격을 써내 이번 인수후보군에 조건부로 포함됐다. 하지만 실사과정에서 얼마든지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며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LIG손해보험 노조는 고객정보 유출 등 KB금융의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들어 KB금융의 인수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은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데 CEO직을 걸겠다며 직원들을 달래고 있다.
임 회장이 LIG손해보험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일단 국민카드의 영업손실을 메꿀 수 있다. 또 시장지배력이 약한 KB생명보험의 약점을 보완해 ‘종합손해보험사’로 도약할 수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방카슈랑스 금지상품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 인수로 시너지가 예상되는 데다 KB금융의 과다 축적된 자본을 활용하게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의 도전에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생명보험사에 비해 손해보험사는 은행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손해보험사 대표상품인 자동차보험은 현재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 중 손해보험사를 보유한 곳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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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왼쪽) KB금융그룹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명동 본점에서 인도 마힌드라파이낸스의 바랏도시 회장을 만나 면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캐피탈업계도 인수전이 뜨겁다. 업계2위인 아주캐피탈이 오는 5월 매물로 나온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꼽힌다. 아주캐피탈 인수가격은 3천억~4천억 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캐피탈이 확실한 캡티브마켓(전속시장)을 보유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아주캐피탈은 GM할부금융에서 50%, 쌍용차에서 15%의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임 회장은 아주캐피탈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미 지난달 KB캐피탈을 공식출범해 캐피탈업계에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KB캐피탈은 인도 마힌드라그룹 및 쌍용자동차와 합작 캐피탈사를 세워 동남아시장에 진출한다.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자산규모가 162억 달러인 인도 10위의 대기업이다.
◆ 결코 포기할 수 없는 KDB대우증권
임 회장이 결코 놓칠 수 없는 타깃으로 삼는 매물은 KDB대우증권이다. 임 회장은 지난 1월 “대우증권은 업계 1위의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 매력적”이라며 “KB금융의 사업다각화 전략에 맞는지 검토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인수의사를 밝혔다.
임 회장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더라도 자금이 꽤 남는다. 농협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1조 원 이상을 쏟아부어 사들였다. 임 회장도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생각했던 만큼 이 정도의 자금은 확보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임 회장의 경쟁상대인 임종룡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단숨에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임 회장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대우증권 인수를 포기하기 힘들다.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여신전문금융기관 채권실적이 현대증권을 제치며 업계1위를 차지했다. 증권업계 불황 속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다.
문제는 시기다.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려면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우증권은 일러야 올해 말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증권 등 대형매물이 있어 대우증권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금 대우증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힘들고 제값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대우증권을 겨냥해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양보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대우증권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했을 때 말이 많았지만 애당초 우리투자증권보다 대우증권에 더 관심을 쏟았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 'M&A 저주' 이번엔 풀릴까
KB금융은 지난 8년 동안 굵직한 인수합병 경쟁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M&A 실패 징크스'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다. 심지어 인수 주관사들마저 KB금융이 참여의사를 밝히면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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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7월 퇴임식에서 활동상을 담은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뉴시스> |
KB금융은 2006년 론스타 시절의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좌절했다. 2012년 초부터 어윤대 회장이 이끈 ING생명보험 인수도 막판에 백지화됐다.
인수합병에 실패헌 원인으로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어윤대 회장이 사활을 건 ING생명보험의 인수가 실패로 끝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사회는 “KB금융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내 선도금융그룹으로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업계 최고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히며 어 회장의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금융업계는 대대로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사회 사이를 ‘물과 기름’에 비유하고 있다. 회장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사회에서 ‘소 귀에 경 읽기’식으로 넘기며 손뼉을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는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임 회장의 실패원인은 인수가격이 아니었다.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사외이사들의 반대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사회에서 막판에 우리금융의 ‘패키지’ 일괄인수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우투증권만 개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KB금융 관계자는 “우투증권만 놓고 보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KB금융의 이사회 내부의 갈등은 외부로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이사회가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 전문회사인 ISS에 일부러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일부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당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KB금융의 경우 경영진이나 사외이사 모두 자신들만의 파워게임에 매달리면서 공멸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외부주주가 객관적 절차에 따라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계기로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이사회 내부를 개편하고 있다. 이는 임 회장이 ‘M&A 저주’를 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