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 인천철도공사 인수-2000억원대 성과급 잔치
부채는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낙하산 자리 노려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사장 후보 시절부터 화제의 인물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코레일 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TK(대구·경북)·고려대 출신 편중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가 경찰청장 출신으로 경찰생활이 경력의 전부이고, 철도와 관련된 업무를 다뤄본 적도 없어 전문성 부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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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
하지만 임명은 강행됐다. 이를 두고 2008년 총선 당시 그가 서울 중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나경원 대변인에게 밀려 탈락했던 것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코레일을 비전문인인 그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려를 뒤로 하고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호 속에 코레일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3년 후 그는 세간의 우려를 현실로 증명해 보였다.
경찰청장 출신다운 출근길?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화끈했다. 첫 출근길부터 남달랐다. 2009년 3월 19일 오후 3시, 전 경찰청장 출신인 그는 경찰의 삼엄한 보호 아래 어렵사리 대전정부청사에 입성해 취임식을 가졌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집단시위로 2시간 가까이 발이 묶인 후였다. 그에 화답하듯 2009년 허 전 사장은 파업 가담자 전원에 가까운 1만1588명을 징계했고 169명을 해고했다.
정부지시엔 바로 “콜!”
그는 정부의 지시에도 화통하게 대응했다. 그해 허 전 사장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인천공항철도를 떠안았다. 2007년 김포공항~인천공항 간 1단계 구간이 완공된 인천공항철도는 수요예측이 빗나가면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 골치덩이였다. 코레일 역시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코레일은 부채가 6조7000억원(2008년 기준)에 이자만 2800억원대였다. 영업손실은 7374억원이었다.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도 그는 정부의, MB의 뜻을 받아들이는 과감함을 보였다.
성과급도 부채도 크게 크게
2010년에는 성과급 잔치로 자신의 화끈함을 과시했다. 허 사장은 총 2368억원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줬다. 그해 코레일의 부채는 8조7547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원 가까이 늘어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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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 다시 도전했던 허 전 사장 |
다음해인 2011년에도 성과급 잔치는 이어졌다. 허 전 사장은 성과급으로 2556억원을 풀었다. 물론 자신도 1억1000만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전년에 비해 26.1% 증가한 수준이었다. 그해 코레일의 부채는 10조806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기회는 돌고 돈다
그 해 말 허 전 사장은 쿨하게 코레일 사장직을 박차고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낙하산 인사, 성과급 잔치, 인천공항철도 인수 등의 논란을 뚫고 그는 유유히 빠져나갔다.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허 전 사장은 노회찬 후보에 밀려 낙마했다.
그러나 그는 걱정이 없다. 기회는 또 온다. 올해 그는 도로공사 사장 자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학송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도로공사 사장 자리는 물건너 갔으나 아직 다른 공공기관장 자리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