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거 얼마에요?” 하고 물을 때는 가격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것은 그 물건의 가격이 아니라 가치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비빔밥을 사 먹을 때 비빔밥에 매겨져 있는 것은 가격이다. 어떤 식당은 5천 원일 수도 있고 어떤 식당은 1만 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5천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5천 원의 가격이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3천 원의 가격이 매겨질 수도 있고 1만 원의 가격이 책정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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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석 착한부동산 투자연구소장. |
가격이란 그 물건의 몸값, 즉 가치를 반영하는 숫자다. 5천 원이라면 5천 원의 가치가 포함돼 있어야 소비자가 만족한다. 어떤 물건은 5천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고 3천 원밖에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어떤 가격이 가치보다 훨씬 못하다면 그 물건은 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가격을 내리든지 아니면 가치를 올려야 소비자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다.
정상적인 가격이란 가격만큼의 가치가 반영돼 있는 것이다. 가치가 좋은 물건은 그 가치 이상의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가치가 좋은 물건은 대부분 비싸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가치도 좋은 건 아니다. 가격은 비쌀지 몰라도 가치는 형편없는 물건도 많다. 이런 물건의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그 물건의 가격을 볼 것이 아니라 가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가격은 싼데 가치는 좋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물건을 저평가돼 있다고도 한다.
가격에는 가치 이외에 물가도 반영된다. 가치가 높아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가치는 높아지지 않고 똑같은데도 물가가 오르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
짜장면 값이 오르는 것은 짜장면의 가치가 올라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추락하면 짜장면 값은 오른다.
지하철 요금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의 가치, 예를 들어 지하철의 의자가 소파로 바뀌었다거나 지하철의 서비스가 더 좋아져서 요금이 오르는 게 아니다. 순전히 화폐가치 추락에 의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그걸 가치가 좋아져서 가격이 올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전세금도 그렇다. 전세금 2억 원에 2년을 거주했는데 주인은 4천만 원을 올려달라고 한다. 전세 살던 집의 가치가 좋아져서 우리가 4천만 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은 2년 동안 살던 바로 그 집이다. 물가가 오르면 전세금도 오르는 법이다. 하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져서 전세물량이 모자라게 되면 전세금이 오를 수도 있다. 이때는 가치가 올라서 가격이 오른다고 할 수도 있다.
그 물건의 가치가 좋으려면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야 한다. 수요가 많기 위해서는 우수성, 희소성, 영속성 등을 갖춰야 한다. 다이아몬드나 금이 가치 있는 물건인 이유는 바로 이런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도 가격과 가치는 존재하며 비례하지는 않는다. 어떤 부동산의 가치가 높으면 그 부동산의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가치도 높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좋은 부동산이란 가치는 높은데 가격은 높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저평가된 물건을 쉽게 발견할 수는 없다. 안목이 높아야 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서 돈을 벌려면 시세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아파트를 사두기만 하면 쉽게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과잉에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두기만 하면 오르는 시대는 끝이 났다. 경기불안과 조기정년이 심화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는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집값이 오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오히려 물가를 반영한다면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가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오르기도 하는데 화폐가치가 추락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물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매년 3.5% 이상 가격이 올라야 실질적인 인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기회비용을 감안한다면 시세차익을 실현하려면 매년 6% 이상은 가격이 인상되어야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기회비용이란 내가 이 주택을 살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한 비용을 뜻한다. 기회비용 4%는 6억 원으로 매년 2400만 원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6억 원의 아파트를 사서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6억 원의 기회비용 4%와 물가인상률 3.5%를 포함하면 매년 7.5% 즉 6억×7.5%=4500만 원은 인상돼야 본전이다. 5년 동안 보유했다면 8억2250만 원이 되어야 본전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주거비용을 지출한 셈이 된다.
아파트를 싸게 사서 오른 다음 판다고 해서 무조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진정한 시세차익을 거두려면 가치가 오를 수 있는 물건에 투자해야 한다. 가치가 오른다면 가격은 당연히 오르는 것이고 기회비용과 물가인상률을 제외하고도 상당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부터 5년, 10년 뒤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부동산이 무엇인지 스스로 연구하고 분석해보자.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 개발을 통해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는 것,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하는 수익형 부동산 등 가치가 증가할 수 있는 부동산은 아직도 많다.
아직도 물건을 살 때 싼 가격에 관심을 보이는가.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진정한 부동산 고수는 ‘비쌀 때 사서 더 비싸게 판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를 증식시킬 수 있는 ‘가치투자’를 해야 한다. 시세차익 투자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가치투자는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가치가 영속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하향안정세로 접어들면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은 실거주 시장으로 정착된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동산이 가치투자의 요체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가격보다는 그 가격 뒤에 감춰진 가치에 투자하라.
장인석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에 공채로 입사해 15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후 재건축 투자로 부동산에 입문,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면서 칼럼 집필과 강의, 상담, 저술 등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2009년 7월부터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를 차려 착한투자를 위한 계몽에 열심이다. 네이버에 ‘착한부동산투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투자 성공방정식>, <불황에도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전략>, <재건축, 이게 답이다>, <돈 나오지 않는 부동산 모두 버려라>, <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아이큐>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