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야가 162조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놓고 선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재정 안정화 장치로서 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약화할 수 있다며 국채 상환 확대와 제도적 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금 재원의 지속가능성과 기존 재정사업과의 차별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향후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기금 운용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조정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예산정책처가 연 2027년 예산안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예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조 의장, 예결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정태호 의원, 이신우 국회예산정책처장. <연합뉴스>


국회예산정책처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주관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45조4천억 원을 투자하는 한편 104조4천억 원을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예결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운용방향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정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이 경기 변동에 대비하는 재정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금 설치 자체보다는 재원 배분과 사업 지속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무게를 뒀다.

정 의원은 "미래 대응 기금의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저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미래에 대한 준비와 그다음에 국가 부채에 대한 적정한 관리와 그리고 또 재정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은 일시적인 세수 증가분을 미래 성장동력 확충, 반도체 경기 둔화에 대비한 재정 안전판 확보, 국가채무비율 관리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말했다.

다만 기금에 포함된 사업들이 향후 예산 감소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약 104조 원의 여유자금 운용방식과 정부의 기금 사업 변경 자율성, 국회의 예산심의권 확보 문제를 주요 심사 쟁점으로 제시했다.

반면 유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기금 운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미래 대응 기금은 미래 세대를 위한 저수지가 아니라 재정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를 우회하여 정부가 재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하려는 시도는 국가 재정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에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기금 여유 자금 104조 4천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채 상환으로 전환하도록 조정하겠다"며 기금의 연도별 수입·지출 내역과 여유자금 잔액을 원점에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국회 의결 없이 정부가 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을 자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30% 한도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지속가능성과 국회 재정통제권 문제를 주요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임명현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발제에서 기금 사업비 가운데 순수 신규사업은 18조9천억 원이고 나머지 58.4%는 기존 회계·기금에서 이관되거나 분리된 사업이라며 기존 재정 사업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예정처는 기금의 주요 재원인 추가세수가 2027년과 2028년에 발생한 뒤 2029년부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아동기본수당 등 지속적인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사업을 기금에 편성할 경우 추가세수가 줄어든 이후 일반회계에 재정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성장동력 계정은 대규모 장기투자 중심으로 운용하고 청년 계정은 기존 회계·기금으로 재이관하거나 별도의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금 적립과 인출의 요건 및 한도, 계정별 재원 배분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고 주요 항목의 자체 변경 한도를 정부안의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정식 국회의장,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이신우 국회예산정책처장, 정태호 더불어민주당·유상범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 김명중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임명현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등이 참석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