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3년 임기의 마지막 성적표에서도 '리딩금융' 자리를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양 회장은 재임 기간 4대 금융지주 순이익 1위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은 데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앞세워 주가를 3배가량 끌어올리면서 실적과 주주가치 양쪽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3년 임기 마지막 실적발표에서도 4대 금융지주 순이익 1위를 지켰다. <KB금융>


KB금융은 29일 2026년 3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 1조9075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었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7921억 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5조274억 원), 하나금융지주(3조6243억 원), 우리금융지주(2조6581억 원)를 모두 앞섰다. 특히 리딩금융 경쟁 상대인 신한금융과 순이익 격차는 7647억 원에 이른다.

양 회장으로서는 임기 마지막 실적으로 다시 한 번 KB금융의 압도적 이익 창출력을 시장에 보여준 셈이다.

양 회장이 2023년 11월 취임한 뒤 KB금융은 연간 순이익 기준 4대 금융 1위 자리를 줄곧 지켜왔다.

2024년에는 순이익 5조782억 원을 거두며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2025년에는 순이익을 5조8430억 원으로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도 3분기까지 5조8천억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리며 연간 순이익 6조 원 시대를 예고했다.

'밸류업'을 통한 주가부양도 양 회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KB금융 주가는 양 회장 취임 당시인 2023년 11월20일 5만3900원에서 이날 한국거래소 정규장 마감 기준 15만6800원으로 약 3배 수준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39%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단순히 실적만 늘린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KB금융의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양 회장은 2024년 10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 뒤 실적 성장으로 확보한 자본 여력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적극 활용하면서 시장과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2023년 38.0%에서 2024년 39.8%, 2025년 52.4%로 높아졌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50.2%, 하나금융 46.8%, 우리금융 36.6%였다.

2025년 총주주환원 규모는 자사주 매입·소각 1조4800억 원과 현금배당 1조5800억 원을 합쳐 3조600억 원으로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주주환원 총액이 3조 원을 넘어섰다.

KB금융은 올해도 상반기 1조2천억 원에 이어 하반기 7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완료하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나상록 KB금융 재무담당 전무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연말 결산배당 때 현금배당을 1800억 원 추가하고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 전무는 “KB금융은 위험가중자산(RWA)을 포함해 철저한 자본관리로 흔들리지 않는 주주환원을 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아무리 커지고 성장을 위한 재원이 필요해지더라도 약속과 신뢰에 따라 주주환원을 이행하고 꾸준히 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주주가치에 우선을 두고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원칙도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이 2026년 55%, 2027년 57%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은행업종에서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가장 잘 갖춰져 있고 최상위 수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주주환원율을 시현하고 있다”며 “업종 내 압도적 이익체력으로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여주는 데 더해 주주환원 여력도 가장 높다”고 바라봤다.

양 회장이 공을 들인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양 회장은 2023년 12월 취임 뒤 첫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KB증권과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에 각 계열사 내부 출신 인사를 발탁했다. 은행 출신 인사가 주요 계열사 대표를 맡던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KB금융의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3.2%에서 2024년 39.9%로 높아졌다.

2025년에는 은행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비은행 비중이 37.0%로 낮아졌지만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다시 40.1%까지 상승했다.

KB금융의 2026년 3분기 누적 순수수료이익도 4조878억 원으로 3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자이익 증가율 2.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 KB금융지주가 2026년 3분기 누적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 5조7921억 원을 거뒀다. <KB금융>


KB금융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에도 분기당 수수료이익 1조 원 이상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기본 체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증권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이익을 퇴직연금 상품 등의 경쟁력 강화로 대체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증권과 자산관리(WM) 등으로 수익원을 넓혀온 양 회장의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 회장은 해외사업에서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인도네시아 KB뱅크는 4년 연속 대규모 순손실을 내다가 2025년 현지 회계기준으로 처음 연간 순이익 흑자를 냈다. KB금융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해외사업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에 진전을 보인 것이다.

다만 리딩뱅크 재탈환과 보험 계열사의 수익성 회복, 해외사업의 안정적 이익 창출은 후임 경영진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조57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지만 신한은행(3조6837억 원)에 밀려 지난해 되찾았던 1위 자리를 내줬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2026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2%, 17.3% 감소했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윤종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 회장에 올랐다.

윤 전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리딩금융의 토대를 구축했다면 양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주주환원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은 올해 11월20일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것과 달리 9월 최종 회의에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재근 후보는 11월20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B금융 회장에 오른다. 박혜린 기자